'저 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처음으로 접할 때가 1979년인 것 같다. 그 선율과 음률은 고교 1학년의 가슴팍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동네 형에게 한 소절씩 배웠다. 음치인 나도 입에 착착 달라 붙였다. 입에 달고 다녔고, 그 노래를 부른 가수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노래 상록수 이야기다. 등장 가수는 양희은씨이다. 지금까지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와의 간접 접속은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 상록수는 찬송가 다음으로 많이 부른 레퍼토리이다. 기독교 가풍으로 집에서 가요를 부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노래다. 대학에 진학해선 '아침이슬', '늙은 군인의 노래' 등과 함께 테이프가 늘어질 만큼 듣던 노래였다.
상록수는 박세리가 LPGA US여자오픈우승 당시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극적으로 스윙하는 장면을 사용한 대한민국 50주년 공익광고 배경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이 광고는 IMF 극복에 희망을 주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삼일절 기념식에서 양희은이 불러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가 직접 기타를 치면서 상록수를 부르던 선거 광고는 그 어느 선거 캠페인보다 국민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전북 익산 출신인 김민기가 작곡한 상록수는 광주와의 인연이 깊다. 김민기는 상록수를 작곡한 이후 공개적으로 처음, 1978년 12월26일 연탄가스로 사망한 들불야학 강학 전남대생 박기순씨 영결식장에서 장송곡으로 불렀던 것이다. 1979년 양희은이 노래를 불렀던 것보다 더 빠른 셈이다. 당시 노동을 하던 김민기는 김상윤씨를 만나기 위해 계림동 녹두서점을 들렸다 이 황망한 소식을 들은 것이다. 들불야학 강학이었던 임낙평씨는 최근 김민기 특집을 준비하는 SBS 인터뷰에서 '이날 김민기씨가 낮은 소리로 읊조리며 상록수를 불렀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김민기는 70년대 암구호로 통했던 '아침이슬'을 비롯한 상록수 등 많은 가요를 작곡, 군부 정권과 맞선 투사였다. 당국은 그의 앨범을 압수하고 노래를 금지했다. 이후에는 문화공간 '학전'을 운영해 김광석, 설경구, 김윤석 등 예술인을 배출했다.
우리는 김민기에게 많은 문화적 빚을 졌다. 그가 지금 많이 아프다.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서길 기도한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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