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이재명의 가지치기

@이삼섭 입력 2024.02.25. 17:07

나무의 썩은 가지나 비실비실한 잔가지들은 자연적으로 바람이나 동물 혹은 해충에 의해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서 나무는 새로운 가지를 만들고 더 건강한 생장을 한다. 이는 나무가 생존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잔가지들이 떨어져 나가지 못할 때 인위적으로 쳐내는 일을 '가지치기'라고 한다. 건강한 가지와 건강하지 않은 가지를 구별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또 썩 자연스럽지도 않게도 느껴진다. 잔가지라고 할지라도 아까운 가지라 망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놔두면 결국 나무가 죽거나 성장을 멈추기에 힘들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도 마찬가지다. 도태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조직에서는 가지치기에 큰 진통이 따른다. 어느 것이 쳐내야 할 잔가지인지 아닌지 저마다 기준점이 달라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르게 잔가지들을 쳐내지 않거나 때때론 멀쩡한 본가지를 쳐내기도 한다. 판단을 잘못했을 수도 있고 혹은 어느 본가지가 나무줄기를 독식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그것 또한 어쩌면 자연스러운 조직의 생리일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을 쳐내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수분과 영양분을 모두 흡수하고 싶은 욕망을 걷어내기란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특정 본가지만 비대해진 나무는 외형적으로 보면 기형의 모습일뿐이다.

여러 굵다란 본가지가 저마다 잔가지를 뻗어내고 풍성히 매달린 잎들이 활발히 광합성을 할 때야 비로소 하나의 아름다운 나무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이라는 이름의 가지치기에 한창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재명 당 대표의 가지치기 시간이다. 하지만 갖가지 비선·밀실 공천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단순 의혹이 아닌 게 잔가지가 아닌 본가지가 쳐내지는 모습이 뚜렷이 목격된다. 당 안팎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든 공통적으로 하나의 합리적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 무수히 많은 본가지를 뻗어내며 국민 대다수에게 크건 작건 사랑을 받아온 공당이다. 본가지를 쳐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쳐내지는 것은 본가지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정당의 '흥망성쇠' 역사가 이미 알려주고 있지 않나.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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