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어수선한 봄

@최민석 입력 2024.02.26. 15:49

봄은 가장 소리가 없는 조용한 계절이다. 슬그머니 왔다가 꽃비와 홀씨만 뿌리고 사라진다. 봄의 문턱에서 1주일 동안 '장마' 같은 봄비가 연일 대지를 적셨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땅의 표면에 부딪히며 연일 요란한 소리로 귓전을 울렸다.

겨우내 변덕이 심했던 날씨 탓인지 도로 곳곳 생겨난 포트홀은 자동차 타이어에 감당할 수 없는 충격으로 운전자를 뒤흔들었다. 가뜩이나 지반이 취약해진 탓인 지 내리는 비로 포트홀의 크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동백과 매화, 산수유 등 조용히 꽃망울을 드러내며 슬그머니 겨울을 밀어냈던 봄이 올해는 유난스럽고 어수선하다.

어디 자연 뿐인가. 의대 정원을 둘러싸고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 갈등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정부는 부족한 의료 인력 충원을 위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국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 각당들이 공천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탈락한 예비 후보들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는가 하면 기존 정당에서 나와 개혁신당을 만든 제3지대에서는 '빅텐트'와 합종연횡으로 자신들만의 새판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경제에서는 먹거리 물가가 연일 치솟으며 서민들을 옥죄고 있다. 지난해 작황부진 등으로 인해 사과와 배, 딸기 등 과일 가격이 급등하더니 이제는 대파와 토마토, 양념류인 청양고추도 더욱 매운 가격으로 올랐고 한동안 주춤했던 유가도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운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나라 밖도 요동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상자만 늘고 있고 중동에서는 가자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연일 으르렁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대 증원 갈등'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다. 날선 대립만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수술이 미뤄지는가 하면 병원을 찾지 못해 돌아가는 응급환자들도 늘고 있다. 어지로운 세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봄은 서서히 겨울을 밀어내고 있다. 바람은 예전 같지 않고 꽃들은 만개를 준비 중이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봄이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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