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선정태 입력 2024.03.03. 17:00

65세 이상이 20%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면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5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시대가 오면 관련 시장 규모는 100조 원 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산업의 주요 타깃이 장년층으로 옮겨 가는, 이른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이전 세대보다 경제력이 뒷받침돼 적극적인 소비 욕구를 가진 현재와 향후의 시니어들에게 젊음과 건강이 시니어 시프트의 키워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보편적으로 원하는 건강이라는 욕망을 넘어선 신체적·정신적 '젊음'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노화를 막는 안티 에이징과 젊어지려는 다운에이징이 패션과 잡화, 뷰티 사업의 주요 트렌드가 된다. 시니어들의 유·청년 시절 문화와 가치, 감성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도 새로운 문화산업의 주류가 될 것이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에릭 클랩턴이나 산타나, 이글스의 내한 공연이 성행한 것이나,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연극의 주요 관객도 50대 이상이다.

카지노 시설의 호황도 점쳐진다. 치매 예방을 위해 요양시설에 카지노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일본이 지난 2015년 라스베이거스를 테마로 한 요양시설이 치매 예방은 물론 우울증 완화에 큰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무리 경제력이 있는 고령자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모든 고령자가 복지 수혜 없이 생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가 크다. 고령층의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초고령 사회의 진입은 국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다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대상자의 축소. 국가의 재정을, 자신의 세금을 늘린다며 혐오의 대상이 된 노인들 수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종용하는 일본 영화 '플랜75'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우리에게 닥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다.

사람의 가치가 생산성이나 경제성으로 판단되는 사회에서는 낙오자에게 영화 대사처럼 "노인 분들이 '플랜 75'의 선택을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가 열심히 도와드리고 응원하자"며 죽음을 독려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올, 나에게 닥칠 인간성 실종의 시대를 미리 내다봤다 한들 뚜렷한 해결책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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