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컷오프

@이용규 입력 2024.03.08. 09:06

총선의 계절이다. 정당은 가장 중요한 밑작업인 공천에 한창이다. 정당간 대표선수를 공천 형식으로 출전시켜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정당은 일정한 기준선을 정해놓고 대상자들을 걸러낸다. 일정 기준에 맞춰 걸러낸다는 단어에는피할 수 없는 무거움이 배어있다.

요즘 정치권의 최대 핫이슈인 컷오프(cut off)개념이다. 이러니 컷오프 명단은 살생부로 통할 수밖에 없다.

4.10 총선 공천 막바지 여야에서 컷오프 등을 놓고 잡음과 갈등이 끊이지 않은 것도 공천을 받기 위해 몸부림 쳐온 정치인들이 퇴로를 차단당한 것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과 울분의 표출이다.

컷오프(cut off)는 영어 자르다 의미의 cut과 분리 전치사인 off가 합쳐져 탈락을 뜻한다. 컷오프는 골프에서 자주 거론된다. 골프 대회의 경우 4라운드까지 치러 우열을 가리는데, 출전 선수가 많으면 2라운드까지 성적을 종합해 그 기준안에 들지 못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을 나타낸다. 골프만이 아니고 어떤 정해진 등수 이상에 들지 못해 탈락하기에 선거에서는 공천 배제 의미로 사용된다. 야구에서는 홈으로 던진 외야수의 공을 내야수가 중간에 잡아 다른 동료 수비수에게 연결하는, 흔히 인터셉트라고도 부른다.

컷오프가 우리나라에서 정치 용어로 자리매김한 건 2007년 범여권(현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찾는다. 당시 야권은 이명박 박근혜 2파전이었으나 범여권은 20여명이 뛰었다. 공식 출마한 이도 9명이나 됐다. 예비 경선을 통해 5명만 본경선에 올랐다. 이때 등장한 용어가 컷오프이다.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듣는 일상속 정치 용어가 됐다. 국회의원 후보 공천은 개인만이 아닌 국가적 현안이다.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국정에 막중한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야 총선 후보 공천과정에서 공정보다 자기사람심기의 부정적 기류가 느껴진다. 친윤, 친명의 틀안에서 주류 세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면들이 도드라진다. 여야는 시스템에 의해 당선가능성, 즉 경쟁력에 중점을 둔 공천임을 애써 강조한다. 국민들의 눈에는 향후 주류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세력 포진'으로만 보인다. 판단은 4월10일 투표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이 없음은 동서 고금을 통해 확인된 진리이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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