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의정 갈등

@이관우 입력 2024.03.12. 13:55

내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는 정부와 이에 반기를 든 의사 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근무지를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은 3주째 소식이 뜸하다.

의료 현장의 핵심 인력인 전임의는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병원을 떠났다.

신규 인턴은 줄줄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의대생은 동맹 휴학과 수업 거부에 나섰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던 의대 교수는 반발 움직임을 보인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원 사직한다고 한다.

의정 갈등의 발단은 '증원 규모'였다. 이를 두고 정부와 의사 단체는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의 대화가 실종된 사이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과 미복귀 전공의 처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화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에도 사태는 악화일로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불법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MZ세대는 우리 세대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신인류"라며 "선배들이 나서서 이러쿵 저러쿵 한다고 들을 세대가 아니고, 우리가 후배들을 방조하고 교사했다는 것은 본질과 다른 이야기"라고 했다.

전공의들을 향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과 강력한 제재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말로 풀이된다.

의료 현장은 크고 작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전공의 빈자리에 공보의·군의관이 투입되고 있지만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심각해면서 중증 환자들이 대책 없이 병원 밖으로 내쫓기고 있다"며 "가장 보호받아야 할 중증 질환자들이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협상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고 했다.

연합회는 지난해 10월 담도암 진단을 받고 서울 한 병원에 입원한 암환자가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한 지난달 20일부터 병원 측 퇴원 압박으로 요양병원으로 이동했다가 다음 날 새벽 숨졌다는 사연을 알렸다.

이제 대화에 나설 때다.

정부는 의사들의 밥그릇 투쟁이나 무리한 요구엔 굴복하지 말되, 전문가나 현장 목소리에 합리성이 있다면 유연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의사들은 27년 만의 증원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갈수록 커지는 환자와 가족 불안을 더는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이관우 취재2본부 차장대우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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