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오만과 편견

@최민석 입력 2024.03.17. 13:56

1796년 발표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은 영문학도들과 영문학 애호가, 독자들에게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걸작으로 꼽힌다. 수차례 영화화되기도 한 이 작품은 서간체 소설로 18∼19세기 영국을 무대로 여성의 결혼,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사랑의 엇갈림을 통해 삶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영국 한 시골 롱본이다. 소설 얼개는 이곳에 사는 베넷가의 딸들이 배우자를 찾게 되는 과정이다.

문제는 베넷가의 가장인 베넷이 죽으면 그의 5자매와 부인이 여자에게 상속을 금지하는 조항에 따라 유산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베넷 부인은 딸들의 이런 처지를 걱정해 부유하고 유능한 배우자 찾아주기에 필사적이었다는 점이다. 이중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의 걱정에 아랑곳 없이 오직 사랑만으로 결혼하겠다고 결심한다. 소설은 베넷가 딸들의 남자들에 대한 편견과 대조적으로 사내들의 오만을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힌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광주·전남지역 역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을 보며 오래 전 읽었던 소설 '오만과 편견'이 머릿 속을 스쳐갔다. 지역 유권자들은 역대 총선 때마다 민주당과 민주당 계열 무소속 후보들에게 '몰표'를 던졌다.

가장 최근 치러진 지난 21대 총선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전남 18석을 싹쓸이했다. 국민의 당 돌풍으로 민주당이 고배를 마셨던 20대 총선을 제외하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포함하면 역대 선거에서 광주·전남은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지역발전을 매개로 한 공약 남발과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몰표와 싹쓸이로 상징되는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자신들이 원했던 득표와 의석을 가져갔지만 지역 유권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허탈감과 실망 뿐이었다.

몰표를 준 지역 유권자들의 성찰과 숙고도 필요하다. 편견으로 물든 맹목적 지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몰표와 지지를 등에 업은 민주당도 오만을 버려야 한다. 달은 차면 기울고 고인 물은 썩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오만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편견은 새로움을 멀게 할 뿐이다. 지역 미래를 가늠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온전한 옥석가리기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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