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넥타이는 각별하다. 단순한 패션 아이템에 그치지 않는다. 백 마디 말보다 컬러 하나로 속마음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다. 슈트 차림의 ‘컬러 언어’에 비유될 정도다. 정치적 메시지의 숨은 의미를 읽어낼 수도 있다. 차지하는 면적은 작지만, 표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패턴·컬러 등을 놓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피아 식별의 시그널이기도 했다. 2022년 3월 대선 당시 TV토론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두 후보는 다음날 새벽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금기의 색은 정치적 신념 변화와 새로운 결단을 드러내기도 한다.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는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월 탈당하면서 붉은 넥타이를 골랐다. 민주 블루와는 대비되는 색이다.?
군대에서 기원했다. 종교전쟁인 ‘30년 전쟁(1618~1648년)’ 때 참전한 크로아티아 용병들로부터 유래했다는 거다. 이들이 목에 천을 맨 채 파리 시내를 행진했는데, 이게 왕과 귀족들 사이에 유행했다. 이를 크로아트의 구어체인 크라바트로 불렀다. 1660년 프랑스 망명을 끝내고 귀국한 영국의 찰스2세가 이를 매면서 유럽에 퍼졌다고 한다.?
넥타이 자체가 정치다. 그 중요성이 인식된 건 TV토론이 처음 도입된 15대 대선 때 부터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넥타이는 화려했다. 70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세련된 쓰리 버튼 정장과 함께였다. 일명 ‘뉴 DJ’ 전략이었다. 변신은 성공했다. 건강·나이·강성 이미지는 젊은 감각의 패션으로 극복했단 평가를 받았다. TV토론의 첫 수혜자가 됐다. 2001년 방한했던 바이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매고 있던 넥타이를 바꾼 일화는 유명하다.?
통합·화합의 메신저 역할도 한다. 상대방의 상징색을 고르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산뜻한 녹색 넥타이가 눈길을 끌었다.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다. 김영록 지사는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그는 ‘한국형 아우토반’ 등 대규모 인프라 개발 구상에 대해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현안 해결의 단초도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국립 의과대학을) 어느 대학에 할 지 전남도에서 결정해 주시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배려심의 다른 표현이었던 셈이다. 화기애애 했던 당시 분위기가 이를 방증한다.
유지호 디지털본부장 hwaone@srb.co.kr?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