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사직서

@김현주 입력 2024.03.24. 16:24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이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 지침으로, 오늘날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 일반적으로 낭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과 대학을 졸업할 때 쓰이는 선서문도 바로 제네바 선언문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의업에 종사하는 순간부터 의료인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겠다고 못 박고 있다.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인종·종교·국적·정당당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노라 다짐하고 있다. 행간에 아로새긴 깊은 뜻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의사로 첫발을 떼는 이들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한 것은 분명하다.

이런 큰 뜻을 품고 의사 생활을 시작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의정갈등은 '2천명'이라는 숫자에 막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싸움에 애먼 이들만 고통받고 있다.

가뜩이나 병마와 싸우면 힘든 나날을 보내는 환자들의 고통은 말로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정갈등은 보란 듯이 파국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며 의료공백을 겨우 버텨왔던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 동참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경우 전남대학교 의대 교수를 상대로 벌인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의 찬성률이 83.7%를 기록했다. 조선대학교도 78%가 "사직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지역 의대교수들이 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과 뜻을 같이하고 있어 의대교수 집단사직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25일 이후로 질병이 아닌 정부와 싸우는 의사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의료공백은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사직서를 준비하는 의사들이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언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겼으면 한다.

더불어 정부 역시 '면허정지'와 '행정명령' 같은 윽박만 내지를 것이 아니라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