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모악산 정상비 테러

@이용규 입력 2024.04.21. 15:53

지난 2월 불갑산 연실봉에 세워진 모악산 표지석이 스프레이 테러를 당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배경이나 주도 세력이 밝혀지겠으나, 백주대낮에 흉하게 훼손됐으니 간단한 일로 치부할 사안은 아닌 것같다. 모악산 표지석 테러로 사이좋은 함평군과 영광군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양 지역의 냉기류는 불갑산의 연실봉에 모악산 정상비를 세운 것에서 터져 나왔다. 함평시민단체는 지난해 10월 516m 모악산비를 세운 근거로 일제의 창지개명을 내세운다. 경술국치 훨씬 이전에 조선 강토 구석구석을 염탐한 일본이 모악산의 지명을 불광산, 불갑산으로 교체했다는 주장을 한다. 이는 1907년 대한제국 침략의 속셈을 드러낸 일본의 고종 황제 강제 퇴위 사건에 반발한 함평영광장성의 의병들이 집결한 곳이 모악산이라는 사실과 맥을 같이한다. 함평사회단체는 민족 정기 훼손 의도로 일제에 의해 지워진 모악산의 이름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취지에 연실봉의 함평군 땅에 모악산 안내비를 세웠다고 한다.

지자체간 지명을 놓고 갈등을 벌인 예는 많다. 정해진 지명은 어느정도 지나면 고착화되는 경향이 강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지역 입장에서는 피할수 없는 과제이다. 함평군과 영광군이 갈등을 겪고 있는 연실봉은 국토지리원에는 메인으로 함평군 해보면 금계리로, 서브는 영광군 불갑면으로 표기돼 있다. 양 지역에 걸쳐 있다보니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각종 고지도에는 모악산, 불갑산으로 따로 따로 표기된 것이 많고, 고문헌도 마찬가지이다. 1959년부터 1960년에 이뤄진 전국지명조사 역시 불갑산과 모악산이 각각 표기된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악산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함평과 영광간의 경계를 논하자는 것도 아니고, 지역 갈등을 유발하기 위함은 더 더욱 아닐 것이다. 일제에 지워진 역사를 바로세우기라는 함평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볼 필요는 있다. 물론 기습작전 펴듯 모악산 안내석을 세운 것에 박수칠 일은 못된다. 보복이라도 하듯 낙서 테러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 참에 연실봉 정상을 품는 지명에 대한 공론화가 된 이 이상, 양 지역 행정, 시민단체 등이 소통할때다. 개인, 특정 단체의 이익이나 이해 관계는 접어두고, 대의적 명분에서 접근해야 한다. 마냥 묵시적으로 덮어두고 갈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남도의 역할이 주목된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