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동물은 인간을 대신하는 실험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 의학을 집대성한 갈레노스를 비롯해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모두 동물 해부와 실험을 통해 지식을 쌓았다. 러시아 학자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에는 무려 700마리의 개가 활용됐으며, 정신착란을 일으킬 정도로 자극에 시달렸다. 또 파스퇴르의 광견병 백신 역시 동물 실험으로 얻어진 결과다.
참혹한 희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해마다 1억5천만~2억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해 500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네번째로 많은 수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2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그 해 사용된 실험동물의 수는 약 499만 마리였다. 검역본부가 실험동물의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래 역대 최대치다.
실제 우리가 먹거나 바르는 약, 식품, 화장품 대부분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는 것을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동물실험에는 고통의 정도를 A~E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마취나 진통제 없이 실험이나 수술을 하는 고통등급E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지독한 인간중심주의다.
4월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다. 영국의 '동물실험반대협회'(NAVS : National Anti-Vivisection Society)가 1979년 동물실험의 비윤리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이 협회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거쳐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에서 진행되는 약물의 90%가 실패한다고 한다. 동물실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동물실험을 멈출수도, 그로 인해 얻어지는 편리함을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동물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동물 실험으로 대체하거나 동물의 수를 줄이도록 하는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 인증이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습관은 동물들의 희생과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작은 노력일 수 있다.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500만명에 이른 지금,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돌아봐야 할 때다.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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