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용서가 쉽지 않은 5·18

@한경국 입력 2024.05.22. 16:39

"이제는 광주가 용서해야죠."

올해 5월 5·18 취재를 하면서 들었던 말이다.

타 지역에서만 살다가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광주에 처음 방문했던 그의 눈에는 5·18은 아쉬움이었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벌써 반세기가 다 돼가고, 많은 이들이 5·18희생자들의 아픔에 공감을 해주고 있지만, 광주는 1980년 그날에 머물러 슬퍼하고만 있어서다.

국립5·18민주묘지를 둘러보고 압도될 정도로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를 느꼈던 그는 "이제는 달라질 필요도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양소에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상징물을 만들거나, 행진곡에 승리의 나팔소리를 넣자는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그가 보기에는 너무 우울한 감성으로 5·18을 기억하다 보니 타 지역시민 입장에서 과하다는 느낌도, 부담된다는 느낌도 있다는 것이다.

그말을 들으니 어느정도 고개는 끄덕여졌다. 5·18민주화운동이 전국화를 넘어 세계화로 가려면 '승리의 역사'로 기억시키는게 쉽고 빠른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이제 5·18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승리를 쟁취한 날에 어울리는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었다. "광주가 용서하라"는 말이다.

5·18로 그만 슬퍼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슬픔의 무게를 덜어내고, 관용을 베풀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5·18은 좀 다르다. 용서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1980년 5월 그날의 사건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진심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은채 떠났는데 누가 어떻게 용서를 하겠는가.

더욱이 역사조차 바로 잡지 못해 왜곡하고 폄훼하는 창작물도 쏟아지고 있어 분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올해 고등학생이 5·18민주화운동의 대표적 왜곡 사례인 북한군 침투설을 그대로 차용한 게임을 만들어 배포했고, 현직 초등교사가 비뚫어진 시선으로 5·18민주화운동 수업자료 게재했다. 이것은 상처입은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생채기를 입히는 행동일 것이다.

5·18이 세계화를 이룰려면 우선 교육과 정부가 바로 서야겠다.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두번 다치지 않도록, 관용의 마음을 품을 만큼 위로를 받도록 말이다.

한경국 취재2본부 차장 hkk42@mdilbo.com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