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여우가 재혼하나?

@김종찬 입력 2024.07.19. 14:17

"여우가 시집을 여러번 간갑네?"

요즘 장마가 심상치 않다. 국지성 장마나 밤에만 잠깐씩 내리는 폭우는 이해한다고 쳐도 단 10여분 사이에 맑았다가 비가 내렸다가 흐렸다가를 반복하는 것은 좀처럼 보지 못한 날씨다.

이런 날씨를 예전에는 '여우가 시집가고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라고 했다.

이는 전통 설화를 배경으로 하는 말이다. 오래 전 꾀가 많고 잔머리가 굵은 여우가 한 숲속에 살고 있었는데 이 여우는 숲속의 왕인 호랑이와 결혼을 한다면 호랑이의 배경을 잘 활용해서 편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온갖 여우짓으로 호랑이를 유혹해 햇살 좋은 날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그런데 여우를 짝사랑하던 구름은 호랑이에게 시집가는 여우를 보고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이 것이 비가 됐다고 한다. 그렇게 눈물을 뚝뚝 흘리던 구름은 나중에 여우의 행복을 빌며 햇살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고 한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여우와 호랑이가 결혼식을 잘 올렸다고 한다.

이 설화가 구전돼 오면서 비가 내렸다가 갑자기 화창한 날씨로 이어지면 '여우가 시집가고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라고 말했다고 하고, 그 때 내린 비를 '여우비'라고 칭한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오락가락한다. 아침에 봤던 날씨와 점심 때 봤던 날씨, 저녁에 봤던 날씨가 전부 다 다른 요즘에 어른들은 "여우가 시집을 여러번 가고, 호랑이가 장가를 자주 가나보다"라고 말을 하곤 한다.

마른장마, 폭우, 태풍을 모두 겪어봤지만 올해처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이런 날씨 때문에 도보로 이동하는 기자에겐 곤혹스러움만 따른다. 만만치 않은 장비를 챙기기는 필수고, 덤으로 습한 날씨로 온 몸이 땀으로 덮이기 때문이다.

이런 도깨비 날씨에는 3단 우산도, 젖은 옷을 닦을 수 있는 손수건도 챙겨야 한다. 이런 날씨에 장시간 이동해야 한다면 여벌의 티셔츠도 준비해야 한다.

설화 속에서 비가 내릴 땐 여우가 시집갈 때는 구름에게 여우의 행복을 빌어주자고 이야기하면 비가 그치면서 곧 화창한 날씨가 찾아오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올해 여름이지만 모두들 슬기롭게 여름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

김종찬 취재3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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