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물납제

@김혜진 입력 2024.10.07. 23:36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지난 2020년 10월 대한민국은 떠들썩했다. 故이건희 삼성 회장이 개인 소장하던 미술품이 국가에 기증되면서다. 일단 양적으로 놀라웠다. 2만3천여점. 질적으로는 더욱 놀랍다. '인왕제색도'를 포함한 국보 14건과 보물 46건 등의 문화재, 이중섭이 그린 '황소', 해외 거장인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물론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 전국의 국공립 미술관 소장품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큰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문화재·미술품 상속세 물납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 제도는 상속 받은 문화재와 미술품의 상속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하고 상속 재산 중 금융 재산가액보다 많을 경우 현금 대신 미술품·문화재로 물납하는 것이다.

이 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2020년 간송문화재단이 보물로 지정된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물꼬가 트인 바 있다. 일제강점기에 간송 전형필이 지킨 귀중한 작품들이 재단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특혜라는 논란이 생길 수 있고, 객관적 가액 측정이 어려워 법제화까지는 지지부진하다 이건희 컬렉션을 기점으로 논의가 활발해졌다.

물납제도는 120년 전 영국이 최초로 시행했다. 프랑스도 2012년 기존 물납제를 보완, 기부금으로 처리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으로 운영 중이다. 자국 문화재와 미술품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국공립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연간 소장품 구입예산이 수준 높은 작품을 확보할 수 없는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물납제의 공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21년 말 국회는 이와 관련한 세법 개정안을 통과, 지난해 상속 개시분부터 이 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년 동안 조용했던 물납제 소식이 최근 들려왔다. 지난 1월 물납신청된 10점 중 4점이 8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반입된다. '중국 현대미술 4대천왕' 쩡판즈의 '초상' 2점과 이만익의 '일출도', 전광영의 '집합'이다. 쩡판즈의 작품은 올해 4월 케이옥션 경매에 각각 추정가 11억 5천만~15억원에 나온 바 있다.

첫 사례가 나온 만큼 앞으로의 보완과 투명한 운영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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