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출신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난 그 소식이 보이스피싱 전화인줄 알았어요. 너무 당황했고 세상이 꼭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어요"라는 그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소감처럼 지난 10일 밤 스웨덴 한림원발 낭보는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1970년 광주 중흥동 출신인 한강과 24년 전 평화상을 수상한 신안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공간을 넘어 광주의 5월과 접점을 이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5·18 조종자로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의 위기까지 내몰린 피해자였다. 1980년 신군부 세력은 5월17일 김대중을 비롯한 유력정치인들을 체포 구금했다. 이에 맞서 광주 시민들은 권력 찬탈을 기도한 전두환 등 신군부 퇴진과 계엄령 철폐를 맨몸으로 저항했다. 광주는 군부의 무자비한 총칼에 핏빛으로 물들였다. DJ는 1987년 17년 만에 광주 방문 당시 518 묘역에서 광주의 희생과 자신을 연결시키며 오열했다. 한강은 지난 2014년 그의 6번째 소설인 '소년이 온다'에서 옛 전남도청 상무관을 주무대로 5월 18일부터 10일간 대학살극의 아픔과 고통을 소년의 눈으로 깊이 응시하고 국가 폭력을 고발한다. 13세때 계엄군 학살 장면을 담은 사진첩에서 5월 광주를 목도한 그는 광주항쟁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고백했다. 5·18과 4·3사건, 세월호 등 국가 폭력에 의한 역사를 기억하고 복원하는 글쓰기에 매달린 그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세계 3대문학상인 맨부커상 수상때 박근혜 정부의 축전 조차 받지 못할 만큼 외면받았다. 광주와 5·18은 전세계인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는 보통명사로 치환됐다. 그런데 우리 내부의 5월 광주는 헌정을 유린한 주범들에게 더 이상 심판불가라는 정치적 봉인 상태다. 그 사이 전두환과 노태우는 발포명령을 부인하며 영령을 모독한 채 세상을 떠났다. 5월은 제도화된 새로운 관변단체들이 챙기는 관제행사의 일회성 상품으로 전락했다. 진상 규명은 뒷전인 채 오로지 단체 이익에만 혈안의 대상이 버렸다. 10일간의 위대한 장엄한 서사시의 참뜻이 바래져 안타깝다. 광주를 무덤 속에서 부활시켜내야 한다. 그 피의 숭고한 가치는 박제화된 이념에서 벗어나 펄떡펄떡 세계인의 심장을 뛰게 해야 한다. 전세계인이 5월에 세계 최고의 문학상으로 응답한 이상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5월 헌법 전문수록과 극우 세력의 5월 왜곡·폄훼도 멈춰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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