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이전해 광주·전남 관문공항(무안통합공항)을 조성하는 계획은 지역의 백년지계로 불린다. 백년지계는 먼 앞날까지 미리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을 뜻한다.
먼 훗날의 이익은 대개 현재 이익과 상충할 때가 많다. 현재의 불이익은 분명하지만 미래의 이익은 불확실하다. 고갈 논란으로 끊임없는 불신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내 손에 든 땅콩이 줄어드는 것에 집착한다면, 앞으로 보게 될 건 더 줄어들 땅콩뿐이다. 내 손의 땅콩을 씨앗 삼아 밭에 뿌려 더 많은 땅콩을 걷을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 그것이 '백년지계'다.
백년지계를 위해서는 믿음과 헌신이 필요하다. 땅콩 하나를 심으면 더 많은 땅콩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과 미래의 나에게, 내 후손에게, 내 지역에 더 많은 땅콩을 안겨주기 위해 땅콩 하나를 기어코 내려놓겠다는 헌신이다.
무안통합공항은 어떠한가. '관문'을 만든다는 것은 지역과 그 외 지역을 '직통'할 수 있는 문을 만든다는 것이다. 국내 직통은 버스터미널과 KTX역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관문 공항은 지역과 해외를 직통하는 문이다. 5천만이 아닌, 80억 인구가 드나드는 문이면서 첨단 제품들이 오가는 허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호남권 신공항'이란 이름으로 정부 주도 아래 광주시와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을 명실상부한 '관문공항'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면서 모든 역량을 전남의 한 쪽인 무안에 집중했다. 광주와 전남의 공동 번영을 위한 '백년지계'라는 이름으로.
거기엔 많은 헌신이 뒤따랐다. 국제선과 국내선을 갖춰 흑자를 유지하던 광주공항은 졸지에 제주 전용 공항으로 격하되면서 '적자 공항'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140만 광주시민을 비롯한 나주, 담양 등 근교 도시 거주민,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 동부권 주민들은 해외로 가기 위해 더 먼 곳을 더 불편하게 이동해야만 했다. 광주에서 목포까지 수조원을 들여 KTX까지 깔고도 겨우 2분 단축에 그치는 것도 감수했다.
그러나 사실상 주민들의 이 같은 헌신은 대부분 동의받지 않은 채 이뤄졌다. 백년지계를 위한다는 정부의 사실상의 강행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관문공항이 결국 지역을 더 번성하게 하고 우리 후손들이 그 혜택을 누릴 것이란 믿음에서 지금도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 혹은 사실상 정치꾼에 가까운 인사들이 손안의 땅콩 세기에만 골몰하면서 백년지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적디적은 자기 손 안 땅콩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땅콩 없어지고 있는 줄 모르는지 알면서도 그러는지….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