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출입금지의 진화 '노존'

@선정태 입력 2024.10.20. 15:06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인천의 한 헬스장에 아줌마 출입금지라고 붙인 안내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구 아래에는 "교양 있고 우아한 여성만 출입가능"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업주는 진상 고객들이 헬스장에서 물품을 훔치거나 샤워장에서 볼일을 보는 등 피해가 커 '노줌마존'을 운영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대구의 한 호텔 피트니스센터은 안전사고로 인한 잦은 분쟁으로 '만 76세 이상 노인'을 출입 제한하기도 했다. 스터디 카페는 중학생들이 시끄럽다며 '노중딩존'을, 대학가에 자리한 주점들은 대학 교수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교수존'을, 카페에서는 애정 행각 연인을 막는 '노커플존'을, 성희롱과 고성방가를 하는 이들을 겨냥해 '49세 이상 출입금지'를 내건 식당도 있다. 음료 한 잔에 죽치고 공부하는 카공족을 막는 '노카공존'이 생긴지도 오래다.

10년 전 시작된 노키즈존을 시작으로 '노○○존'이 확대돼 대상이 다양화되고 구체화되고 있다. '진상 손님'을 막아 다른 손님의 피해를 예방하거나 자영업자의 궁여지책으로 봐야 한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혐오를 조장하고 평등권에 위배되는 차별 행위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나이가 어리거나 많다는 이유로, 아줌마라는 이유 등으로 특정 연령이나 성별을 타깃으로 한 차별에 포함됐다고 생각하면 박탈감과 함께 분노를 부른다. 우리나라의 특정 층의 출입금지하는 현상을 두고 미국 CNN·프랑스 르몽드 등 외신들은 "한국에선 노키즈존에 이어 다양한 노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다른 그 누구도 포용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흑인을 차별하고 지금도 동양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하는 지적이 달갑지는 않지만,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노존을 내건 이유는 소비자에게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도 언젠가 나이를 먹어 아줌마, 아저씨가 되고 노인이 된다. 노키즈존으로 제약받았던 아이들은 어른이 된다. 차별을 경험한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대상의 '출입금지' 안내문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사회취약층에 대한 혐오나 배제가 내재화되고, 차별의 합리적인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는 출입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방심하지 말자. 이대로 가다가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당신도 거부당할 수 있다.

선정태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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