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이 클수록 허구에 환호한다. 실제로는 말이 되지 않더라도 다수의 바람을 품은 허상이라면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인물에 몰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인기몰이 중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제목처럼 지옥에서 온 판사가 죄인을 심판한다는 내용이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그 판사가 악마라는 점이다.
악마가 죄인을 심판하는데 일반적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면 오히려 실망스러울 것이다. 드라마는 이 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첫 에피소드에서 악마 유스티티아의 혼이 깃든 강빛나(박신혜 분)가 교제 폭력 가해자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판결에 실망한다. 여기서 끝난다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없다. 반전은 그 이후다.
인간사가 아닌 악마의 재판이 시작된다.
유스티티아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처단 방식으로 그동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행동을 고스란히 그대로 되갚아 준 뒤 지옥으로 보내버린다. 처절한 응징이자 무자비한 판결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아내와 두 자녀를 살해한 남편에게 무죄를 판결한다. 판결만 들으면 언론 보도에서 흔히 접했던 현실 사례와 오버랩되면서 불쾌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악마의 재판은 다르다. 일가족 살인범은 가족들을 흉기로 찌른 횟수만큼 똑같이 찔리는 끔찍한 고통을 겪고 나서야 지옥으로 간다.
드라마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적제재 논란을 판타지로 풀어내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법원의 잣대와 국민의 법 감정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드라마의 에피소드처럼 교제폭력범과 친족 살인범 등 악랄한 범죄자에게 떨어지는 양형은 일반 국민들이 봤을 때 기대치에 못 미쳐 불만을 사고 있다.
사법기관에서는 국민들이 왜 허무맹랑한 판타지 드라마에 환호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드라마 속에서는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 형사가 믿는 정당한 판결로 인한 정의 실현이 가능한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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