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은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국민들 모두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강의 수상 소식으로 화두를 꺼냈다. 이른바 '한강 열풍'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14일 지역 문단의 큰 별이 하나 떨어졌다.
광양 출신 중견 소설가 박혜천(필명 박혜강)씨의 타계 소식이었다. 고(故) 박혜강 작가는 89년 등단 후 35년 동안 굵직한 작품들로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
그는 특히 국내 최초로 5·18 광주 전 과정을 정면으로 다룬 무등일보 연재 소설 '꽃잎처럼'(전5권·자음과모음刊) 등 문학의 역할과 작가의 책무로 써낸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지난 91년 '제1회 실천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검은 노을'은 국내 최초로 핵 문제를 작품화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편소설 '꽃잎처럼'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항쟁이야기를 기본 서사로 항쟁 이전 1974년 10·26사건부터 199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둘러싸고 있던 정치 상황과 이념이 어떻게 광주라는 작은 농촌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는지에 주목했다.
20년 전 기획단계에서 철저한 고증과 현장답사를 거쳤으나 '중단'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한참 후 지난 2003년부터 무등일보에 3년 동안 연재됐던 작품으로 질곡의 현대사를 진한 감동과 울림으로 '르포르타주reportage) 문학'의 새장을 열었다. 지난 2020년에는 광양시 의뢰로 '광양문학사1'(햇빛광고刊)을 출간, 지역문학사 복원에도 온힘을 기울였다. (사)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선후배 작가들의 활동을 위해 힘썼다. 그는 생전 적지 않은 나이에도 병마와 싸우며 필자와 만나 아직도 써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고 청년작가 못지 않은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박혜강 작가를 비롯한 선배 문인들의 치열한 창작과 고단한 글노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창작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숱한 씨를 뿌린 박혜강 작가는 결국 씨앗이 되어 꽃잎처럼 떠났다. 독자와 후배 문인들이 그를 기억해야 할 이유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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