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실패는 실력과 패기의 줄임말

@선정태 입력 2024.11.25. 17:31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가 실패의 속성을 과학적·체계적으로 분석한 저서 '실패를 감추는 사람, 실패를 살리는 사람'은 2000년 일본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기업과 조직의 '실패학 신드롬'이 거셌다. 실패의 경험에서 성공 방정식을 찾아내는 게 실패학의 목적이자 매력이다.

미국은 파산에 너그러운 나라다.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하면, 절차를 통해 빚을 탕감받아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실리콘벨리 등에서 사업 실패는 일종의 경력처럼 느낀다.

세계적인 IT기업 창업자들은 대학을 중퇴하고 아이디어 하나로 투자를 받아 창업한 사람들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패이스북 등 그 예는 무궁무진하다. 이들이 이렇게 쉽게 창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너그러운 파산제도 덕분이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뛰어들 수 있어서 인지 미국의 창업자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이고,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창업자는 5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실패를 겪어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창업을 한다는 의미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최악의 실패는 보장해준다.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 것을 방지해서 실업자 수당과 직업 교육 등의 안전장치가 발달해 있다. 사업 실패에 대한 관용은 적지만 인간적 생활에 대한 관용은 넓다.

어떤 실패를 용납하느냐에 따라 사회가 발달하는 방향을 매우 여러 가지로 바뀌게 된다. 올해 설립 3주년을 맞은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화제다. 실패연구소는 지난 8일부터 2주간을 '실패 주간'으로 정하고 '망한 과제 자랑대회' '실패 에세이 공모전' 등 실패 사례를 까발리고 공유하는 행사를 열었다. 카이스트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징수하면서 과도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했다. 하지만 실패연구소 설립 후엔 달라졌다고 한다. 학생들은 "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지혜를 얻고 두려움도 떨쳐냈다"며 반색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대개 수천 번 실패한 이력이 있다. 조성호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장의 말대로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게 진짜 큰 실패"일지 모른다. 이정도 서울대 교수 역시 저서 '축적의 길'에서 "실패는 값진 축적"이라고 했다. 실패에 관대해야 재도전을 고무할 수 있다. 실패는 '실력과 패기'의 줄임말이라는데 공감한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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