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민주주의 꽃의 오염

@선정태 입력 2024.12.12. 17:47
선정태 취재2본부장

45년 전 12월12일 우리나라 역사의 물줄기가 크게 요동쳤다. 이후 상당한 시간 동안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후퇴를 거듭했고, 국민이 겪은 질곡의 긴 세월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힘든 현대사를 버틴 우리나라는 찬란한 민주주의를 꽃피웠지만, 지난 3일 한밤중의 뜬금없는 비상계엄으로 세계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비상계엄 아래에서는 사생활 위협 등 국민의 기본권이 거의 사라지고 표현의 자유마저 제한돼 출판도 검열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집회나 시위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후진국으로 분류된 나라에서 자주 일어난다.

우리 역시 과거 4·19와 10·26군사반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여러 차례 발동됐던 비상계엄의 명목도 사회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을 옥좼었다.

해외 사례를 찾아보면, 2024년 우리나라 비상계엄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이해할 수 있다. 2011년에는 이집트 무라바크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군부가 국가를 장악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튀르키예는 2016년 쿠데타 시도 이후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며, 2019년 홍콩에서는 대규모 시위로 인한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시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말리와 미얀마는 2020년과 2021년 쿠데타 이후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유로 선포됐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적은 있다. 미국은 9·11 테러로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프랑스도 2015년 파리 테러로 비상계엄이 발동된 적이 있을 뿐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GDP 3만 달러를 넘으며,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던 나라에서, 더군다나 민주주의의 꽃을 찬란하게 피우던 나라에서 비상계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정권을 교체했던 자랑거리는 오염됐고, 오랜 기간 어렵게 쌓아온 국가의 신뢰 역시 삽시간에 훼손됐다. 더 큰 문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급속히 망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을 치솟고 몇조 원의 시가 총액도 순식간에 증발하는 등 여러 금융지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라를 망치는 광란의 칼춤이다. 1호 세일즈맨이 본사를 폐업으로 몰아가는 꼴이다.

선정태 취재2본부장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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