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은 잊지 못할 것 같다.
12월에 진입한지 겨우 보름이 됐지만, 그 사이에 무등일보 편집국은 두차례나 호외를 제작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지난 3일 밤과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오후였다.
11월까지만 해도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영화 '서울의 봄' 등을 통해 이미 많은 시민들이 12·12사태를 알고 있는데도 비상계엄을 발동 나라를 혼란스럽게 할 줄이야.
이것을 두고 누군가는 광기라는 표현을 썼다.
전시와 같은 상황이 아닌데도 비상계엄령을 내려 언론, 정치, 군부대 등을 통제하려 했다는게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기어코 모든 권력을 자기 손에 쥐려고 했다.
당연히 국민들은 반발했다. 최근 12·12사태를 이해한 젊은 층은 물론이고,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이 있는 자들도 움직였다.
그렇게 탄핵의 밤 5·18 민주광장에는 광주시민 3만명이 모였다.
한창 추운 12월 중순이지만 시민들은 핫팩과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참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 집안 살림살이도 버거운 마당에 나라를 바로 잡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웠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5·18민주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기뻐했다. 1980년 트라우마가 있던 시민은 공포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또 다른 시민들은 해방감에 기쁨의 함성을 외치기도 했다.
기자로서 힘든 12월을 보냈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 시민의 목소리도 기억난다. 현명했던 한 청년은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얻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필요성과 광주시민들이 5·18민주화운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잘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교훈을 남기지 않았으면 한다. 부끄럽지 않게 퇴장했으면 한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지도자가 돼 줬으면 한다. 납득할 수 있는 정치로 세상을 바로 잡고 나라 안정에 앞장 섰으면 한다.
부끄러웠던 밤. 더이상 나라가 부끄럽지 않게 바로 잡은 국민들, 그리고 여기에 부응하기 위해 뛴 기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한경국 취재2본부 차장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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