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강연에서 광주를 두고 한 말이다. 한 작가의 말처럼 광주는 비민주적 체제에 대한 저항과 시민 간 연대가 발현되는 공간에, 시간에, 사건에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광주가 잉태한 문화적이면서도 철학적 담론인 광주정신 또한 그렇다.
하나의 도시가 고유성을 넘어 보편성과 상징성을 갖는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이 특별한 의미다. 국내 어느 도시도, 또 세계 어느 도시도 보통명사 지위를 얻지 못한 채 문명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외형적 규모만 보면 광주보다 더한 곳은 수두룩할 테지만, 이야기와 가치 면에서 광주를 뛰어넘을 곳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기에 광주라는 도시 정체성, 그리고 브랜드는 이 같은 특별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더 많은 사람이 그 의미를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광주는 어느 쪽으로든 브랜드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재해석보다는 원형에 집착하고, 더 많은 사람의 공감보다는 소수의 동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옛 전남도청 복원만 봐도 그렇다. 1980년 당시의 모습으로 물리적 형태를 돌려놓는 것만이 진정 '광주 정신'을 담아내는 것이었을까. 그렇게까지 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반쪽짜리 건축물로 전락시켜야 했을까. 남아 있던 건물과 광장, 분수대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활용해 현대적 전시 공간이나 민주·인권·평화 플랫폼으로 만들 순 없었을까.
사실 그건 중요한 게 아닐 수 있다. 그건 관점에 따라 다르고 결과적일 수도 있으며, 선택 이후에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옛 전남도청을 복원하는 사업이 대다수 광주시민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가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공감은 있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오월어머니들이 옛 전남도청에서 점거농성을 하는데 과연 광주에서 어느 누가 거기에 감히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가 더 본질적 문제다.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역사다. 특정인이 독점하거나 혹은 동의해야 하는 자산이 아니다. 그럼에도 광주에서 행해지는 5·18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들은 여전히 다수 시민의 이해와 공감보다 소수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우선시된다.
최근 광주시가 5·18 광장에 인공 실개천을 만드는 데 5월 유족과 단체 등을 상대로 설득하고 있다는 소식에 또다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대상은 특정인들이 아닌, 다수 시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 또 밀실이 아닌, 시민 공론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보통명사' 광주가 '보통도시'로 그치길 원치 않는다면.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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