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일, 대한민국의 한복판에서 민주주의가 통째로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법적 근거도, 국가적 위기도 아닌 개인의 욕망에 기대어 내려진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는 많은 시민을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을 몸에 새기고 살아온 광주시민들에게 그날은 '또 다른 그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40대 이상만이 아니었다. 압도적으로 눈에 들어온 건, 계엄을 직접 경험해본 적 없는 10대와 20대, 30대였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걸 눈뜨고 볼 수 없다'며, 차갑게 얼어붙은 광장에 온몸을 내던졌다. 부모 세대가 겪은 상처를 역사책으로만 배웠던 청년들이 그 상처가 다시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한겨울의 바람을 견뎠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민은 위기보다 강했고, 권력은 국민의 단단함을 이겨본 적이 없다. 불법적 계엄 선포는 결코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저는 국가 권한의 모든 장치를 재정비하겠다"고.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분명한 사실을 하나 더 보여줬다. 민주주의를 위한 용기에는 경험의 양도, 정치적 성향도, 세대의 구분도 없었다.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시민들의 행동이 결국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되돌려 놨다.
하지만 일상이 회복됐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계엄 발동 요건을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설정하고, 권력기관 간 견제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감시 장치를 촘촘하게 손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의 에너지가 앞으로의 민주주의 개선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광장의 청년들이 계엄의 잔혹함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었지만, 그들과 연대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일으켜세웠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다.
우리는 그 겨울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겨울이 다시 오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더 이상 어떤 세대의 청년도, 어떤 시민도 불법적 권력의 오만 때문에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그 바람이야말로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소명이다.
김종찬 취재2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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