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출·주거 비용 저렴 등
지역에서 창업 오히려 기회로
인공지능 분야 집중·개발 가능
비접촉 생체정보 분석 선보여
국내·외 시장서 가능성 엿봐
타지역 연계·협업 한계도 존재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⑭] 전광명 인트플로우 대표이사?
전광명(36) 인트플로우 대표이사는 광주를 기회의 땅이라 부른다. 많은 지역 청년이 취업을 위해 서울이나 판교신도시로 떠나고 있지만 그는 광주에 남아서 청년의 열정을 꽃피우고 있다. AI(인공지능)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작한 전 대표는 광주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전 대표가 바라보고 있는 광주의 현재와 미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어봤다.
◆청년 박사, 광주서 이로운 사회를 꿈꾸다
전 대표는 인트플로우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꾸린 지 4년이 됐지만 아직 CEO라고 불리는 것이 어색하다. 경영자보다는 개발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전부터 알던 지인들에게 '전 대표' 보다 '전 박사'로 더 많이 불린다. 그도 전 박사라는 호칭을 선호한다. 대표 역할을 하면서 개발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그의 소신과 경영철학 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전 대표는 "회사 이름은 지능(Intelligence)과 흐름(flow)의 단어를 합쳐 만들었다. 단어 그대로 지식과 지능이 흘러 사회를 이롭게 하겠다"며 "항상 내가 만든 기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활용돼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꿈꿔왔다. 이를 위해 좋은 기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업화가 돼야만 이 기술이 진정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창업에 몰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애정을 쏟고 있는 인트플로우는 비접촉 생체정보분석 기술을 지닌 인공지능 스타트업이다.
현재 이 기술을 활용한 가축동물 관리 솔루션인 '엣지팜'을 개발해 활발히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엣지팜은 카메라에 비친 가축동물들의 마릿수와 체중, 행동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으로, 그 성능과 잠재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외로는 일본을 비롯한 스페인, 북미, 오스트리아 등의 해외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업을 진행 중이며 국내에선 굴지의 사료기업인 CJ F&C와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사업 진출을 계획 중이다.
전 대표는 "짧은 기간 동안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루는 데에는 한결같이 비전을 믿고 따라준 20명 팀원의 헌신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현재는 비접촉 생체정보분석 기술을 가축동물 관리에 접목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반려동물과 인간 헬스케어 분야에까지 접목시켜 세계 최정상의 비접촉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연히 밟은 광주, 기회의 땅에 정착
전 대표는 지금의 광주는 AI 관련 창업자들에게 '기회의 도시'라고 소개했다.
여느 지방도시들처럼 젊은이가 수도권으로 몰리고 청년이 줄어든다는 암울한 전망들이 있지만,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광주시의 꾸준한 지원과 수도권 대비 저렴한 주거비용, 유능한 청년 인재풀 등이 사업하기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광주시 지원에 힘입어 광주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AI창업캠프에서 꿈을 펼치고 있다.
전 대표는 "광주는 타지역과 다르게 초기 단계 인공지능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가장 와 닿는 것은 공간이다. 또 청년 고용 인건비지원과 검증되지 않는 것들을 실험할 수 있는 신기술 테스트 베드 등의 제도들도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사실 전 대표가 광주에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까웠다. 서울에서 4년간 대학교 공부를 마치고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던 중 전 대표는 부모님의 사업이 힘들어져 학비를 내며 공부를 이어가기 곤란하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광주과학기술원' 의 국가장학제도와 기숙사 혜택 등을 알게 됐고, 25살에 처음 광주를 내려와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밟았다.
전 대표는 "대학원생 시절 개인사업도 내보고 동업도 해 보며 기술사업에 대한 경험을 일찍 접한 것이 박사 졸업 후 과감히 법인사업체를 설립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 배경이 됐던 것 같다"며 "창업 이후 광주 지역에 자리 잡은 많은 은사님과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초기 창업의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 나아가며 기업을 성장시켜왔다. 졸업 후 사업을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했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광주였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큰 도움들이 참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인공지능, 수의, 통신 분야의 권위 있는 교수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고, 또 유능한 제자들을 기업에 소개해준 것이 기업의 초기 성장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며 "또한 광주시청이 직접 추진하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업 지원사업들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며 보다 사업의 본질에, 모든 역량을 사업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지원책에도 교통과 인재 유출 숙제
하지만 아직 극복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 교통과 인재 유출 등이다.
특히 대부분 기업이 서울이나 경기도에 몰려있어 타 기업들과의 협업에 어려움을 느낀다.
전 대표는 "다만 외부 기업과의 미팅 시 이동거리가 긴 것이 가장 불편하다. 코로나19가 한참이던 2020~2021년에는 어느 위치든 비대면 미팅을 우선하니 별 불편함이 없었는데, 일상생활이 정상화되며 대부분의 기업이 모여있는 서울에서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보니, 광주 기업인 우리가 미팅을 위해 서울로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대중교통으로 많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1시간 미팅을 위해 이동을 포함해 하루를 허비한다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우리 기업을 알고 찾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니 불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인재들이 광주를 등지고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청년 대부분이 취업을 위해 서울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좋은 인재들을 놓치고 있다.
전 대표는 "주변에 보면 90% 이상 청년들이 서울에 가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지원책에도 좋은 인재를 뺏기고 있다"며 "광주의 AI 관련과 지식수준이 결코 서울에 있는 대학과 기업에 못지않다. 오히려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좋은 인력들이 광주에 눈길을 줄 수 있게 인식부터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 대표도 인재 유입을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많은 노력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2019년 인공지능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2020년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 대회 2등, 2021년 재난 안전산업 기술 공모전 대상, KISTI AI 경진대회 주제 발굴상 등을 수상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노력에 힘입어 좋은 인재들을 하나둘씩 데려올 수 있었고, 지금은 20명 직원들과 함께 인트플로우를 성장시킬 수 있게 됐다.
◆미래 광주는 AI를 피부로 느끼는 도시로
전 대표는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 내가 서울에 사는지 광주에 사는지, 미국에 사는지 한국에 사는지 등 물리적 거주지에 따른 제약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봤다.
각자가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진심으로 올인해 전문성을 키워낸다면 전세계 어느 기업에서나 정당한 대가를 받고 당당히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통해 삶의 안정과 세간의 인정 모두 거머쥐는 유능한 지역 청년들이 광주지역에 더 많아지기를 희망했다.
점차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AI를 피부에 와닿도록 체감할 수 있게 서서히 거리를 좁혀갈 것을 다짐했다.
전 대표는 "향후 10년을 본다면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발전해 있을 것이다. 우리 기술은 축산, 동물원 모니터링에 쓰이고 있지만 앞으로 반려동물에 이어 사람으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집에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면서 "또 미래지향적인 기업들이 유치되면 청년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고, 판교 같은 단지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당장은 아니지만 광주시가 기조 있게 밀어준다면, 인구 소멸도 멈추고 청년이 생존하는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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