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완전히 종식될지 알 수 없지만 현재 돌아가는 세계와 국내 경제를 살펴보면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국내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많은 현금이 시중에 풀렸을 때 여러 형태의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작년 하반기를 돌이켜 보면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무역보복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가운데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엄청난 돈을 시중에 풀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의 노동정책과 맞물려 이미 실생활에서 인플레이션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 경기침체의 책임을 물어 4·15 총선에서 여당이 완패할 것이라는 것이 사회 전반의 분위기일 정도였다. 물론 코로나 19의 적정대처의 반사이익으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코로나 19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적 유동성 공급정책의 결과로 사태가 마무리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경제적 후폭풍이 다가올지 감히 예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다. 과거의 경험들을 통해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이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따른 대비로 후속정책들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바야흐로 불확실성을 넘어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정의되고 있다. 먼 옛날에는 자연에 의한 불확실성이 대부분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사회와 제도, 자연과 질병, 그리고 이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그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수백 년에 한번 발생하던 일들이 현대에 이르러 10년, 5년, 3년 주기로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불확실성은 경제학적 측면에서, 특히 시장경제에서 그 의미가 큰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프랭크 나이트 교수는 불확실성을 측정 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구분하고 측정 가능한 것을 위기(risk)라고 규정했다. 이후로 그에 대한 연구가 거듭되어 확률을 바탕으로 한 금융상품과 기법들이 발전했고,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확률은 반복되는 사건을 전제로 하므로 일회적으로 발생하는 금융시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측정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그 자체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 학파가 형성되고 그 대표적인 사람이 케인즈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현대의 경제적 불확실성은 1971년 닉슨대통령의 '달러의 금 태환 정지 선언'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이 조치에 따라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국제 통화제도는 혼란에 빠졌으며, 세계무역은 축소화의 경향을 띠게 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된다. 로베르 트리팽은 금본위제도가 유동성문제와 신뢰성 문제라는 양자의 딜레마 속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체제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그의 예측이 맞았던 것이다. 이즈음에 갤브레이스 교수가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하고 TV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시장경제에 내재되어 있는 불확실성의 문제가 대두된다. 갤브레이스는 시장경제 자체적으로는 이런 불확실성을 완화시킬 힘이 없기에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슷한 시기에 프리드먼교수는 자유시장 내 정부가 맡는 역할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갤브레이스에 반하는 주장을 펼친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내재된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 사실 이는 아직까지도 거시경제학의 두 축으로 나뉘어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지금의 세계경제를 살펴보면 자유주의적 글러벌리즘을 주장했던 미국은 자국의 보호무역을 주창하는 극단적 지도자를 선택했고, 영국은 브렉시트를 결정했으며, 공산주의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은 오히려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것들이 이미 바뀌고 깨진 상황에서 우리는 현 정부에 어디까지의 역할을 기대해야만 할까?
사람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두려운 일이다.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보수적 결정으로 움츠리고 살 것인가,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통해 더욱 성장할 것인가의 문제는 다양한 정보와 합리적인 사고를 통한 예측과 대비, 그리고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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