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집 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먼저 반겨준 이는 목줄도 하지 않은 채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 대는 덩치 큰 개였다. 도망가자니 물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심장이 터질 듯이 빨리 뛰어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얼음장같은 상황이었다. 긴장한 상태에서도 개와 눈싸움하면서 손으로 땅 바닥을 더듬었지만 돌멩이 하나 쉽게 잡히지 않았다. 간신히 조그만 돌 하나 집어들며 생존 본능의 공격태세를 취하였다.
나의 이러한 행동을 학자들은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라자러스는 스트레스란 "개인이 자신의 적응과 안녕에 위협이 된다고 지각하는 환경(자극)에 대한 반응"이라고 하였다. 또한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는 스트레스가 "위궤양등 면역체계 장애를 일으키고 건강을 위협한다"고 하였다
스트레스는 모든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필수 생리현상이지만 모든 생명체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사폴스키는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에게는 위궤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얼룩말에는 이성적 역할을 하는 신피질이 없어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면 사람처럼 안좋은 기억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고 금방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얼룩말처럼 안좋은 기억을 빨리 잊을 수 만 있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12년 경기개발연구원은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수도권의 사회적 비용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연간 37조5천억원, 주민 1명당 평생 1억1천만원 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우리 모두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각자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대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으며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소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들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주영 회장은 "스트레스를 견디고 버티는 힘은 체력"이라고 하였으며 스티브 잡스는 "내가 곧 죽는다는 걸 기억하는 건 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원동력이다."라고 하면서 "외부의 기대든, 자존심이든, 망신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든, 뭐든 간에 죽음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며 죽음을 기억하면 정말로 중요한 것만 남는다." 라고 언급하였다.
나 역시 경영을 하면서 극도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았고 임계점에 다다른 적도 있다. 그럴 때 마다 스무살 어린시절을 생각한다. 당시 죽기보다 힘든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의사로부터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당장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했고 버킷 리스트는 가장 중요한 것만 남았다. 이맘때쯤 풍년을 기대했던 농작물이 태풍으로 황폐화 되었을 때 농업인들은 망연자실 하면서도 '사람도 죽고 사는데.... ' 스스로 위안하며 처한 상황을 축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가 매번 극복하고자 하는 스트레스는 더 큰 스트레스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진국 ㈜에덴뷰 대표·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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