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1년도에 플라스틱 관련 제조업을 창업해 3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해왔다. 제품을 생산하는데는 압출제품 제조과정에 투입되는 원재료인 합성수지가 완제품의 원가에 40%정도의 포지션을 차지한다.
원자재는 모든 물품의 기초가 되는 원재료로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석유화학 등이 있다. 그리고 원자재는 슈퍼사이클이라는 순환원리로 원자재의 가격 변동과 모든 물가에 영향을 끼친다. 원자재의 슈퍼사이클이란 원자재의 값이 순환한다는 의미인데 저점에서 오르기 시작해 정점을 찍고 다시 저점으로 내려가는 초장기(10년 이상) 가격 순환 주기이다. 지난 100여년 동안의 첫 번째 주기를 1899-1930년, 두 번째 주기를 1930-1960년, 세 번째 주기를 1996-2019년을 슈퍼사이클의 주기로 판단하고 경제지표의 데이터로 활용한다. 슈퍼사이클의 원인은 당연히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국가의 확장적 재정정책, 양적완화 등의 경기부양책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시장에 돈을 풀면 그만큼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물건값 상승의 루트로 원자잿값이 상승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산유국의 감산 역시 큰 원인이다. OPEC은 작년 코로나19에 의한 수요 감소를 예상하여 점진적인 감산에 나섰지만 경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어 가고 있어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투자심리까지 더해져 원유가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저점의 사이클이 시작되어 향후 10년간 계속해서 정점을 향해 가파르게 올라가 슈퍼사이클이 무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원자재 가격 폭등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합성수지 제품을 공급해 주는 대기업체 D사와 S사, H사로부터 합성수지 원료 가격 조정 요청이라는 공문을 받았다. 3사 모두는 같은 내용과 함께 이달 1일 출고분부터 톤(t)당 20만원 인상하겠다는 통보였다. 합성수지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매달 인상되면서 톤당 140만원에서 현재 200만원까지 폭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아무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60-70%의 급격한 인상요율은 우리나라의 정권교체 시기의 혼란을 틈타서 대기업들의 담합행위의 부도덕한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의하면 코스피 상장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2005년 통계 작성 이래로 최대치인 184조원을 기록한 반면 올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0-1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중기연구원)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서 가격 인상 공문 한 장으로 공급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인 반면 중소기업은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해 사실상 원가 이하로 채산성을 맞추기가 힘들다.
따라서 가동률을 낮추거나 주문을 미루는 업체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제품 생산을 위해 구입해 쓰는 원자재 가격은 지난 2년 동안 60%이상 상승했지만 이를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못한 이유로는 대기업들의 연간 계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관행적 단가 동결을 고집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 제조 기업들은 살인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 속에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리고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새 정부에서도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중소 제조기반은 미래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반영되지 못한다면 생산량 감축, 일자리 축소, 공장폐쇄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문제 해결은 납품단가 현실화 뿐이다. 코로나19와 원자재 폭등으로 벼랑 끝 위기의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과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뿐이다.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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