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이상고온·기록적 폭우
병해충 덮쳐 수확 제로 상태
과실 바닥에 나무엔 빈봉지만
방제도 소용없어 농민 발 동동
"올해 농사요? 손 들었습니다. 하나도 못 건졌어요. 병충해는 매년 있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경우는 없었어요. 전멸이에요. 맨날 비만 오니까 애지중지 키운 자식 같은 놈들 다 버리게 됐네요."
13일 오전 찾은 화순 도곡면 대곡리 한 과수원, 긴 장마와 폭우로 수천 개의 복숭아가 푹푹 썩어나가고 있었다. 과수원 바닥에는 검은 반점으로 얼룩진 복숭아들이 널려 있었고, 나무에는 과육이 떨어진 채 노란봉지만 매달려 있었다. 나무에 달린 몇 안되는 복숭아도 이미 상해 손가락이 푹푹 들어갈 정도였다. 복숭아 단내를 맡고 달려든 날파리 떼만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농민 오종채(67)씨는 아침부터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그의 장화와 옷도 이미 흙투성이였다. 그는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성한 복숭아가 있을까 싶어 새벽부터 나무를 훑어봤다"고 했다.
이내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라며 고개를 젓던 그는 나무에서 복숭아를 따서 보여줬다. "검게 썩은 이런 복숭아를 어떻게 팔 수 있겠냐"면서 "나뿐만이 아니라 인근에서 복숭아농사를 짓는 아홉 농가와 다른 지역도 상황이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나는 젊어서 그나마 괜찮은데 나이 팔십 먹은 양반들은 코가 다 빠져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22년 전 이곳에서 첫 농사를 시작한 오씨는 병충해은 늘 있는 일이지만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농사를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가 올해 6천여 평(2㏊)의 농장에서 복숭아 출하로 번 돈은 75만원이 전부다. 나머지 복숭아는 누군가 해코지라도 하듯 과육 곳곳에 검은 반점(탄저병 등)이 생겨 즙도 짤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해에도 병충해로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 주변 농가들과 올 초부터 방제작업에 더 열을 올렸지만 겨울철 이상고온과 연일 쏟아지는 폭우에 속수무책이 됐다.
오씨는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때 전체 과실의 20%는 병충해가 올 걸 알고 나머지 80% 보고 농사를 짓는데 올해는 전멸이다. 비가 병충해를 몰고 오기 때문에 비 뒤끝마다 약을 했지만 다시 비가 내려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오씨는 봄부터 자식같이 애지중이 키우던 복숭아가 땅에서 썩어가는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는 "주변 농가에서 '언제 손 들라요?'라고 묻더라. 나도 이제 손 들었다. 복숭아 냄새가 나야할 과수원에 썩은 냄새가 폴폴 나고 있다"며 "안 울려고 하는데 말하다보니 설움이 북받친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젊었을 때 방황하던 나를 사람 만든 게 복숭아다. 공부하고 부지런을 떤 만큼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복숭아를 키우는 게 낙이었다"며 "내가 먹어보고 '이 맛이다' 싶을 때, 눈에 든 큰놈만 뚝뚝 따내 손님들한테 보내고, 손님들이 '맛있다' 해주시는 재미에 20년을 살았는데 내년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 정부 "내년도 의대 증원 50~100% 범위서 자율결정 허용"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점국립대 총장 건의에 대한 정부입장 등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각 대학이 지난달 정부가 배분한 대학별 증원분의 50~100% 범위 안에서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기로 19일 결정했다.지난 18일 국립대 총장들이 정부에 건의한 내용을 적극 수용하면서다. 이에 따라 내년도에 증원되는 의과 대학 정원은 모두 더해 1천~2천명 사이의 범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관련 특별 브리핑에 참석해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의대 정원 조정 건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한 총리는 전날 6개 거점 국립대학 총장이 의대 정원과 관련한 의견을 정부에 연명으로 전달했다며 "정부는 오늘 중대본에서 총장님들이 보내주신 건의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정부의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한 총리는 국립대학 총장들이 건의안에서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과 관련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 집단행동이 길어지면 2025학년도뿐만 아니라 이후까지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고 했다.그는 "이같은 사안을 고려해 국립대학 총장들은 의대 정원 2천명을 증원하되 각 대학이 처한 교육 여건에 따라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한하여 정원 증원분의 50% 이상 100% 범위 내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조치해 줄 것을 건의하셨다"고 설명했다.한 총리는 이에 따라 "(정부는)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또 "각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집 인원을 4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이어 "4월 말까지 2026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도 2천명 증원 내용을 반영해 확정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 · 국민경제자문회의, '광주다움 통합돌봄' 현장 찾아
- · (재)보문복지재단, 초록우산에 보호대상아동을 위한 후원금 1억5천만원 전달
- · 15층 자택서 생후 6개월 딸 던져 살해한 친모 징역 7년 선고
- · 채무자에게 "나체사진 뿌린다" 협박한 대출협박범 검거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