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침수' 아파트선 의용대원 손길
"코로나 배려 갚겠다" 대구서도 도움
"침수 피해를 복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습니까. 내일도 모레도 와서 마무리될 때까지 도와야죠."
집중 호우로 큰 상처를 입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아픔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복구 현장 곳곳엔 이웃의 피해를 보듬으려는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면서 피해 지역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광복절 대체휴무가 겹친 이번 주 황금연휴에도 '쉼' 대신 복구 현장에 나서 공동체 정신을 실천할 예정이다.
13일 오전 10시 북구 신안동 모 아파트. 지하 1층 전체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한 지 닷새가 지난 이날 광주 북부소방서 의용소방대원 30~40명이 지하에서 가득찬 진흙을 퍼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두 다른 생업을 가지고 있는 대원들은 침수로 단전돼 빛이 들지 않는 지하 속에서 투광기 하나와 몇 개의 작은 랜턴에 의지한 채 묵묵히 밀대로 진흙을 긁어내고 포대에 퍼 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지하인 데다 물까지 차 습하고 퀴퀴한 냄새로 가득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의용대장 천세영(59·문흥동)씨는 "기계로 가능했다면 내 돈 주고서라도 할 텐데 진흙을 일일이 손으로 퍼낼 수밖에 없다"면서 "이곳이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지하 침수 피해를 당한 상가들이 많아 이번 연휴 내내 자원봉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용대원인 이원임(55·삼각동)씨는 "직장이 오후부터 일을 시작해 오전에 나와 이렇게 복구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내가 이런 일에 처했더라도 누군가 도와줬을 것이다"면서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힘이 됐으면 한다"고 피해 입은 주민에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들 외에도 수해가 덮친 광주·전남은 상흔을 지우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어울림사랑나눔봉사회(대표 이찬호)나 클로버봉사단(단장 이은아)과 같은 민간봉사단체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해 복구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 연휴를 맞아 이 단체 회원들은 '쉼 휴가' 대신 '봉사 휴가'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울림사랑나눔봉사회원 정앨리아(61·양산동)씨는 "하루 8시간씩 수해 복구 현장에 나가 있다. 처참한 수해 현장과 망연자실한 이웃을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며 더 많은 시민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광주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달빛동맹 대구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온다. 금부사랑봉사회(회장 정기상)를 비롯한 자원봉사자 스무명은 14일 광산구 일대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아 복구를 도울 예정이다.
정지원 사무국장은 "지난번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할 때 광주에서 병원도 내주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봉사단체이기도 하지만 광주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읍내가 물에 잠긴 유래없는 피해를 당한 구례에도 많은 도움이 손길이 몰렸다. 한국전력 광주전남본부 임직원 100여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지난 10일부터 매일같이 구례 민간사업장 등을 찾아 긴급 지원 활동을 펼치고 1천700여만원의 구호성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전남문화관광해설사협회원 30여명도 지난 12일 구례5일장 등을 찾아 시장 상가 내 침수 물품 정리와 가재도구 세척, 도배장판 제거에 나섰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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