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금만 조심했으면 희생 없어" 7년 구형
피고인측 “25년간 무사고…불가피한 참사 이해를”
"이 '띠링' 하는 소리는 뭔가요. 혹시 휴대전화 메시지나 배차메시지가 도착해 확인하려다 전방 주시를 못한 것 아닌가요."
14일 광주지방법원 301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제12형사부 노재호 재판장은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살펴보던 중 나온 '띠링'하는 신호음의 정체를 피고인 A(56)씨에게 질문했다.
A씨는 "아마도 차 앞으로 뭔가가 지나가면 나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더니 "네비게이션에서 교통정보를 알리는 소리인가 싶다"고 바꿔 말했다. 그러자 배석한 차기현 판사가 "이 신호음은 과속방지턱을 알리는 소리보다 먼저 나왔다. 평소에도 나는 소리인가"고 되물었다. 무슨 소리인지 규명이 어렵자 재판부는 A씨 변호인에 다음 재판까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8시 40분께 광주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 단지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8.5톤 트럭 화물차를 몰다 무신호 횡단보도를 건너던 네 모녀를 사상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횡단보도에 정차했던 A씨는 교차로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직진했고 이 과정에서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량들 때문에 중앙선에서 오도가도 못하던 모녀를 치어 세 살배기 여아가 숨졌다.
트럭 운전석이 높아 피해자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다.
때문에 이번 재판의 쟁점은 A씨가 유모차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볼 수 있었나 없었나가 관건이 됐다.
검찰과 재판부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운암동 사고 현장에서 사고 차량과 동일한 트럭을 가져다 현장검증까지 실시했다. A씨와 검찰, 변호인은 물론 판사들도 트럭에 직접 올라 운전석에서 보행자를 보는 것이 가능한지 살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달 18일 현장검증을 통해 A씨가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보행자를 확인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잇따라 지적됐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트럭 운전석에 있던 두 개의 네비게이션으로 운전자의 시야가 상당히 가려졌던 상황, 이 때문에 A씨가 사고 현장 횡단보도에 도달하기 전까지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등 대형 트럭 운전자로서 준수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또 횡단보도 위에 정차하지 않고 정지선을 준수했더라면 피해자의 모습을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었던 점, 그럼에도 A씨가 사고 당시 주위를 살피지 않았음을 짚었다.
이에 A씨는 "사고 당시 좌측에 정차한 어린이집 차량에서 아이들이 내리는지 확인하느라, 피해자가 접근한 우측 방향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고임이 현장검증으로 확인됐다"며 "대형 차량 운전자가 주의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나이 어린 희생자가 나왔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하자 방청석의 A씨 가족들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A씨도 검찰의 구형 사유를 청취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지난 25년간 화물차를 몰며 단 한 차례의 교통전과도 없던 점, 단 한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반성하고 있는 점,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죄를 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변론했다. A씨도 "생존 피해자들의 쾌유를 빌고, 남은 생 속죄하며 살겠다. 죄송하다"고 최후 진술했다.
A씨의 최종 공판은 다음달 14일 오전 9시 50분 열린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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