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문마저 훼손 "있는지도 몰라"
'코로나19 이유' 3년째 계도만

"이 곳이 '차 없는 거리'로 상시 운영된다는 말을 듣고 놀랐어요. 여기서 살면서 거리에 차 없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못 봤습니다."
광주 북구가 보행자 편의와 환경보호 등을 위해 10년 전부터 전남대 후문 방향 두 곳(우치로 90번길, 100번길)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 운영하고 있지만 이면도로 갓길마다 불법주정차 차량들로 북적거려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북구는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하면서 불법 주·정차 집중단속을 공언했으나, 3년째 단 한 건의 단속도 이뤄지지 않아 운영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6시께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후문. '차 없는 거리 운영중'이라는 전광판 글씨가 무색하게 배달 오토바이 두대가 연달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면도로로 진입했다. 5살 아들의 손을 잡고 걷던 손모(38)씨가 다가오는 오토바이를 보고 놀라 아들을 안아올렸다.
도로 입구에는 '차 없는 거리'라고 적힌 철제 안내판이 도로 양쪽으로 놓여있었다. 안내판은 바퀴가 달려 도로 중앙으로 옮겨 자동차 진입을 차단하는 울타리 용도였으나, 누군가 안내판을 길가로 옮겨놓아 차량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300m 떨어진 '차 없는 거리' 다른 구간에서는 운영시간과 운영구간을 안내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2m 높이의 길쭉한 조형물이 불법주정차와 쓰레기봉투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적힌 글자도 일부 떨어져나가 온전하지 않았다.
이 구간의 철제 안내판은 아예 방향까지 돌려세워져 이면도로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란히 놓여있지 않고 각각 다른 곳에 처박혀 있어 원래 용도를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이 동네에 사는 김모(43)씨는 "7년 전 이 동네로 이사 온 후 길을 걸을 때마다 '차와 사람이 뒤엉켜 위험하다'고 생각해왔다"면서 "'차 없는 거리'가 시행되고 있는지도 몰랐고, 거리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됐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곳 이면도로 두 구간은 보행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부터 매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6시간씩 차없는거리로 운영되고 있다. 우치로 90번길 200m 구간과 우치로 100번길 230m 구간으로, 총 460m 길이다.

2014년 8월부터 시범 운영하다가 2017년 3월 정식운영을 시작했다.
골목이 좁고 혼잡도가 높아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취지였지만, 정작 북구는 단속에 손을 놓은지 오래다. '운영시간대에 불법 주·정차를 집중단속한다'고 적힌 안내문 내용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이곳 거리에서는 단 한건의 불법주정차도 단속되지 않았다.
현재 북구는 상인 혹은 시민들의 요청이 들어올 때에만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그나마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계도조치에 그치고 있다.
시민들은 행정기관인 북구가 '차 없는 거리'를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남대 공과대학을 다니는 박모(29)씨는 "입구마다 놓인 안내문과 조형물이 오히려 흉물이 될 지경이다"며 "우리 대학가가 광주에서 유일하게 매일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부끄러운 모습 대신 자랑스럽고 선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입구에 전광판과 안내판을 설치해 '차 없는 거리' 운영을 홍보하고 있고, 상인회에도 운영정보를 홍보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된 점을 고려해 실질적 과태료 부과는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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