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산소 설치·운영비 비싸고 차양막은 큰 효과 없어
아직 다른 곳보다 수온 낮아 아직 큰 피해 없어 ‘다행’
"차라리 폐사 전 판매"…과열경쟁에 소비 기피 이중고

"사람도 쓰러지는 무더위인데 전복이라고 멀쩡하것어요. 완도는 다른 바다보다 수온은 낮지만, 이렇게 뜨거운 햇볕이 지속되면 조만간 수온이 오를텐데 걱정입니다."
2주째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출하를 앞둔 양식장 어가에 고수온 피해가 예고되고 있어 양식어가들의 마음도 바짝 마르고 있다. 양식 어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4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에서 20년 넘게 전복을 키우고 있는 한선남(63)씨는 가족들과 함께 군내리 망남마을에서 600칸(양식장 1개당 40칸)에서 전복을 키우고 있다. 한씨는 매일 아침 전복의 상태를 보러 배를 타고 5분여 걸리는 양식장을 찾는다. 본인이 바쁠 때는 아들이 양식장을 찾아 전복을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한낮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했던 이날도 한씨는 무더위 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채 양식장에서 전복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했다. 이날 이 해역의 수온은 22도를 기록하고 있지만, 언제 갑작스럽게 수온이 올라 전복들이 폐사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장마가 끝날 때가 다가오면 항상 고수온을 걱정한다. 실제 그는 지난 2019년 고수온으로 양식장 내 전복이 전부 폐사했던 경험이 있던터라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도 육상에서 8개월, 바다에서 18개월 등 2년여간 애지중지 키웠던 폐사한 전복들을 본인의 손으로 버릴 수밖에 없었기에 피눈물을 흘렸다.
피해를 입은 이듬 해인 2020년부터 그는 수온을 낮추기 위해 정부 지원사업으로 액화산소 주입부터 양식장 위 차양막 설치 등 노력해봤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액화산소를 주입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각 양식장 칸마다 산소를 주입하는 시설 설치부터 전기료까지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차양막을 두르면 직사광선은 피할 수 있지만 이미 데워진 수온을 낮출 수 없어, 바다 속 전복의 고수온 피해를 막을 수 없다.
한씨는 "자연재해를 예방해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자연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지금은 수온이 24도 이상 오르지 않기를 바란 뿐이다. 수온이 24도 이상되면 먹이를 주지 않고, 한시라로 빨리 시원한 해류가 들어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정부가 고수온에도 전복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액화산소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갖가지 시설 설치비부터 전기세까지 너무 많은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가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한마디로 '빛깔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고수온도 고수온이지만 전복 판매량이 저조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그는 "고수온 피해가 잦아지면서 전복 양식 어가 상당수가 고수온 이전에 다 크지도 않은 전복을 출하하곤 한다"며 "이처럼 전복어가의 수익이 줄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복양식이 어렵지 않아 정부가 귀어가 육성 사업으로 권하면서 전복이 과잉된 생산 상태다"고 지적했다.
또 "생산 과잉으로 전복 20미 기준 지난해 2만2천원이었는데 올해는 1만5천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이 겹치면서벌써부터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귀어 정책 변화와 함께 전복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 어가 피해가 예상되면서, 전남도와 완도군이 고수온 발생 시 단계별 전복 양식장 대처 요령을 지도하는 등 현장 예방 점검을 벌이고 있다. 또 5억7천만원(국비 80%·자부담 20%)의 사업비를 투입해 액화산소를 양식 어가에 보급하고 있다. 올해 신청한 어가는 194 어가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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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픽픽 쓰러지는데···광주시 재난지원 조례 손질 시급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3일 광주 북구 두암동 우산근린공원 팔각정에서 어르신들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극단적 기후로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위협은 커져가고 있는 데 반해 상당수지원 조례들이 물품과 시설 지원만 가능하도록 돼 있어 당장 닥친 피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재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금 지급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조례를 조속히 제·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이날 기준 광주 내 온열질환자 58명은 2018년 이후 최대 피해다. 구체적으로 열사병 12명, 열탈진 33명, 열경련 7명, 열실신 4명이다. 지난 3일에는 동구에서 60대 여성이 폐지를 수거하고 귀가한 뒤 쓰러져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다.아직 8월 중순으로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특히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 특징이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어 폭염 피해에 더욱 노출돼 있다. 실제 전남의 경우 지난 16일까지 폭염으로 3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이에 광주시는 폭염 피해 환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재난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근본적 결함'이 노출됐다. 지원 근거가 되는 조례들 대부분이 물품, 시설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폐지 줍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앞서 동구에서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폐지를 수거하다 사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현금성 지원을 통해 폭염 기간에라도 작업을 중단시키자는 논의가 나왔다. 정의당 등이 제안하고, 강기정 시장 또한 적극 검토를 주문했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이유는 '지원 근거가 없다'는 것. 광주시는 지난 2015년 '재활용품 수거인 지원 조례'를 제정했지만, 야광조끼와 같은 보호 용품 지급 등만을 규정하고 있어 현금성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해당 조례 개정과 강 시장의 공약인 공익적 가치에 기여한 시민에 수당을 지급하는 '참여수당'을 검토하고 있지만, 올해 내 실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강기정 시장 또한 "조례에는 물품으로만 지원하게 돼 있고, 조례에 근거가 없으면 선거법 관련 문제 때문에 현금성 지원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해당 조례 말고도 광주시가 재난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마련한 조례들이 있음에도 큰 도움이 못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가 지난 2020년 제정한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안전 환경 지원 조례'나, 2019년 제정한 '폭염 및 도시열섬현상 대응 조례'는 안전취약계층과 폭염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물품 또는 시설 등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광주시가 폭염으로 당장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데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재·개정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폐지 줍는 어르신'은 일례일뿐, 폭염으로 인해 재난취약계층은 물론 플랫폼 노동자와 건설노동자 등 폭염에 노출된 시민들에 대한 지원 논의도 비슷한 논리로 막혀 있다. 이상 기후로 풍수해, 폭염, 폭설(혹한기) 등 자연재난이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연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례를 제·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배준영 정의당 광주시당 사무처장은 "이번 폭염이 지나 겨울이 오면 혹한기가 오고, 또 가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후 적응력을 위한 조례 제·개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난취약계층 또한 장애인과 노약자, 저소득층 등 불명확하게 정의돼 있으면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대상 선정을 두고 시간이 지체된다는 지적도 있다.광주시 측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했다.박남주 시민안전실장은 "재난이 발생하면 위협 받는 취약계층에 적기 지원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원이 가능한 지)논의를 하다가 지나게 되고 또 대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취약계층 관련 조례에 현금으로도 지급이 가능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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