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맞아 방콕 여행 떠났는데"···참사에 가족들 오열 이어져

입력 2024.12.29. 16:33 차솔빈 기자
일가족 모여 방콕 여행 떠났다 참변
"똑같은 브리핑 이어져" 불만 폭발
"생존 가능성 희박" 발표에 통곡해
이날 오후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한 가족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울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끼리 모여 여행을 떠났는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탑승자 가족 대기실 안팎에서는 울음소리와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두 손 모아 기도하면서 뉴스와 브리핑으로 소식을 듣던 가족들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발표를 듣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일부는 혼절하기도 했다.

29일 무안국제공항 운영동 3층 대회의실과 해당 건물 안팎에서는 사고 소식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탑승객 가족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혹시라도 직원과 소방관들의 가족 소식을 놓칠까 회의실에서 나와 복도에서 기다리는 등 모습을 보였다.

29일 무안국제공황 운영동 3층에 모인 탑승객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탑승객 가족 박모(20·여)씨는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랑 일가 친척들이 모여 3박 5일 일정으로 방콕 가족 여행을 떠났다가 오늘 돌아오기로 했다. 사고 고식을 듣고 공항에 연락했을 때에는 비행기가 도착했다고 하길래 그 비행기가 아닌 줄 알았다"며 "충돌 장면도 생방송으로 목격하고, 몇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탑승 위치, 추가 구조자, 후속 조치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등 어느 것도 제대로 알려주질 않고 있다"고 울부짖었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는 "왜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기다리게만 하는 것이냐"며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냐"며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29일 무안국제공항 운영동에 마련된 탑승객 가족 대기실로 한 가족들이 들어가고 있다.

탑승객 가족 최모(70)씨는 "여기 이렇게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사람 가슴이 찢어지고 있는데, 말해줄 것도 없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으며 말문을 닫았다.

이날 오후 3시께 소방당국이 진행한 사고 브리핑에서 "2명 생존자 이외에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이 나오자 공항 내부는 한숨과 통곡으로 가득찼다.

29일 무안국제공항 운영동 바깥에서 탑승객 가족들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어 신원이 확인된 이들의 이름이 발표되자 곳곳에서 다시 한 번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남성은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터뜨리는가 하면, 어느 가족은 서로를 껴안은 채 통곡해 자리에 모인 모두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다.

브리핑이 이뤄진 공항 청사에서는 여러 시민들이 "컨트롤타워가 없어 처음 사고가 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똑같은 말만 반복되고 있다"며 "상황판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갱신을 하던지, 공항 내부 TV를 사용해서 수습된 신원이라도 방송에 송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다른 유가족은 "탑승자 명단 자료와 현장 방문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김모(71·여)씨는 "제부가 방콕 패키지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날인데, 소식이 끊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은 확인됐는데, 아직까지도 좌석 위치나 시신 수습 여부 등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너무 막막한 상황에 믿기지도 않고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안국제공항 비행기참사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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