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이어진 사망자 신원 확인···뜬 눈으로 밤 지새운 유족들

입력 2024.12.30. 10:53 박승환 기자
30일 오전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 마련된 의자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제발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무안 여객기 참사와 관련 사망자 신원 확인 작업이 밤새 이어지면서 유가족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30일 오전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노란색 재난구호쉘터와 대합실 의자 또는 바닥 등 공항 곳곳에는 유가족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가족들의 눈은 대부분 눈물을 많이 흘리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신원 확인 작업이 밤새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41명이다.

사고 충격으로 희생자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경우가 많아 작업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사망자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했다는 안내 방송이 들릴 때마다 유가족들의 통곡이 이어졌다. 힘겹게 참던 눈물도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쏟아져 내리곤 했다.

30일 오전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한 희생자 유가족이 바닥에 주저앉아 쪽잠을 자고 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말없이 뉴스가 나오는 TV 화면을 지켜보거나, 기다림에 지쳐 고개를 푹 숙이거나 쪽잠을 자는 유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담양군민 60대 한모씨는 "동생이 친구들과 패키지 여행을 간다고 해서 잘 갔다 오라고 연락했던 게 마지막 연락이 됐다"며 "앞쪽에 탑승했다 보니 훼손 정도가 심해 어제부터 지금까지 날을 새며 기다리는데도 아직 신원이 확인됐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1초라도 빨리 신원이 확인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희생자 유가족들이 TV를 바라보며 뉴스 속보를 듣고 있다.

화순군민 경모(68)씨는 "외동아들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고등학생 손주 2명이 한순간에 곁을 떠났다. 첫째 손주는 얼마 전 인하대학교에 합격해 대학생활 시작 전 여행이었다"며 "고집 한 번 안 부리던 착한 아들이 남자들끼리 여행 한 번 간다고 해서 웃으며 보내줬는데 다 내 잘못 같다. 현재 아들만 신원이 확인됐는데 빨리 손주들도 수습됐으면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광주시민 30대 김모씨도 "태국여행을 간다는 동생에게 용돈도 못 챙겨줬는데 모든 게 미안하다"며 "제발 빨리 신원이 확인됐으면 좋겠다. 동생을 보고 싶다"고 흐느꼈다.

한편,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외벽과 충돌했다. 현재까지 주요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미작동이 지목되고 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차솔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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