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어 참사까지···'최악의 해' 보낸 광주·전남

입력 2024.12.30. 19:15 이관우 기자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뒤흔든 비상계엄 사태가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환희로 가득찼던 광주·전남의 연말 분위기가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객기 참사로 순식간에 살얼음판이 됐다.

특히 사고 여객기 사망자 157명이 광주·전남 지역민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애도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곤 전원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충격에 휩싸인 지역민들은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가족·친지 등 주변에 안부를 확인했다.

경기침체에 탄핵 정국 장기화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체 모임과 행사 등 연말 특수를 기대한 상인들에게 올해는 악재가 겹겹히 쌓인 최악의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커졌다.

◆계엄·탄핵 이어 여객기 참사…전례 없는 국가 위기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여파로 국정 혼란이 더욱 가중된 상황에서 터진 대형 참사였다.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사고로 기록됐다.

종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1993년 아시아나 해남 추락 사고로 66명이 숨졌다.

정부는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전국 17개 시·도마다 최소 한 곳 이상 분향소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형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대통령실과 총리실 기능이 탄핵 여파로 마비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비비를 2조원가량 삭감하면서 향후 여객기 참사 대응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전남 사망자 157명…애도 물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사망자 179명 중 157명은 광주·전남 지역민이었다.

가족·친지의 비보를 접한 지역민들은 연일 깊은 애도를 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연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푼 마음으로 해외 나들이에 나선 가족 단위 승객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광주시민은 "최근에 자녀들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이번 사고를 처음 접했을 때 너무 놀랐다"며 "광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어줄 예정이다. 희생자 모두 아무런 고통 없이 눈 감으셨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한 전남도민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여객기 참사까지 터지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며 "무안공항 이용객 대부분이 광주·전남 지역민이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라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해 마련한 온라인 공간에는 20만명 넘는 누리꾼들이 몰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네이버 추모 공간에는 이날 18만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추모 국화 달기' 기능을 이용해 애도를 전했고, 다음 추모 공간을 이용해 애도의 뜻을 전한 누리꾼도 4만명을 넘어섰다. 네이트 역시 '추모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며 300개 넘는 추모 댓글이 달렸다.

◆갑작스런 참사에 행사 줄취소…울상 짓는 상인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범국민적으로 지역상권 살리기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감지됐으나 예상하지 못한 여객기 참사가 터지면서 연말 특수를 노린 상인들은 침울한 모습이다.

여기에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다음 달 4일까지를 국가애도 기간으로 정하면서 전국에 예정된 제야의 타종 행사와 해맞이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지자체는 행사 대신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을 받거나 추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애도 시간을 갖기로 했다.

광주·전남 상공회의소 등 경제계도 신년 인사회를 일제히 취소했다. 광주상의와 광주경영자총협회는 내년 1월3일 열기로 한 지역 경제계 신년 인사회도 취소했다.

한 음식점주는 "상황이 아주 안 좋다"면서 "관공서는 예약이 다 취소됐고, 예약 문의도 들어왔다가 없어졌다. 코로나 때보다 최악"이라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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