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후 휴식·소비 유리, 정치권서도 한소리


자녀 둘을 키우는 주부 최모(32·여)씨는 설 연휴 전날인 27일 임시공휴일 소식에 기뻐하다 다음날 시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한숨만 늘었다. 최씨는 "원래대로라면 28일에 시댁에 가는 건데 시어머니께서 25일부터 오라고 말씀하셨다"며 "손주들 오래 보고 싶으신 마음이야 당연한데 왜 임시공휴일이 31일이 아닐까 속상하다"고 말했다.
설 연휴 전날인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최소 6일, 최고 9일까지 쉴 수 있는 초장기 연휴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감에 들떴다.
실제 SNS 엑스와 스레드 등에는 8일 이후 임시공휴일과 관련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기 연휴,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으나 반발도 있었다.
'국군의 날 때랑 똑같다. 누구를 위한 공휴일인지 모르겠다'며 임시공휴일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이도 있는가 하면, '27일이 공휴일이 되면 예정된 마감들이 다 24일로 당겨지고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해야 한다. 최소 1달 전에는 알려줘야 한다'며 급하게 이뤄진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불만도 엿볼 수 있었다.
여러 불만 중에서도 기혼 여성을 중심으로 '27일 대신 31일이 임시공휴일이 됐어야 했다'는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당초 연휴시작일은 28일이었으나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인해 토요일인 25일까지 3일이나 앞당겨졌다. 이로 인해 명절 가사 부담을 가지고 있는 기혼 여성들은 시댁에 일찍 가거나 명절 이후로 제대로 못 쉬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8일 이후 엑스와 스레드에는 '시댁에서 바로 토요일에 오라고 전화 왔다' '남편은 고향 집에 일찍 가서 좋은 건가', '시댁은 일찍 갈 수 있어도 친정은 못 가는데 아쉽다', '설 이후에 연휴가 있어야 쉴 수 있는데 아쉽다' 등 불만 섞인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불만을 대변해 임시공휴일을 31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미 국민 대다수가 27일로 임시 공휴일로 생각한 상황에서 더 큰 혼선이 생길 우려가 있어 31일로 변경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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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도 막지 못한 따뜻한 한끼···혹한 속에 피어나는 광산구 나눔식당의 온정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눈이 와도 꼭 와야죠. 여기 와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눈발이 거세게 흩날리던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위치한 나눔식당 '함께라면' 앞.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식당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따뜻한 밥 냄새에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지난해 11월 문을 연 '함께라면'은 8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사장 조정선(58)씨가 식당 건물 한켠에 조성한 '셀프 무료 급식소'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어르신, 결식아동, 외국인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로 라면과 밥,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에는 동태탕, 뼈다귀 해장국 등 특식도 마련된다.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을 찾은 어르신에게 봉사자가 라면을 배식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조씨는 "지난해 식당에 불이 났을 때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평소에 동네 어르신과 한겨울 일거리가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의 도움에 보답하고자 '함께라면'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원래는 횟집 옆 15평 남짓한 별도 공간에서 급식소를 운영했지만, 최근 폭설과 한파로 수도가 얼어붙자 조씨가 급히 장사하는 공간 일부를 내어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이날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한 그릇의 라면과 밥, 정성껏 준비된 반찬이 추운 겨울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우산동에 사는 노철환(80)씨는 "노인당은 일주일에 사흘만 밥을 줘서 나머지 날에는 혼자서 밥 해결하기가 힘들었는데, '함께라면'이 문을 연 뒤부터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와 밥을 먹는다"며 "사장님과 봉사자 분들이 항상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식당에서 만난 김영국(79)씨는 "친구가 무료 급식소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줘 자주 오게 됐다"며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와서 동네 사람들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라면도 이곳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웃었다.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에서 봉사자들이 식사 메뉴인 라면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어르신들이 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라면을 끓이는 냄비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임시로 마련한 배식대에는 단무지와 무말랭이 등 정성이 담긴 밑반찬도 준비됐다. 창밖에는 눈이 쉴 새 없이 내렸지만, 이곳만큼은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얼어붙은 손을 비비던 어르신들은 봉사자가 가져다 준 라면 국물을 한 숟갈 떠넣고는 "아, 따뜻하다" 하며 연신 감탄했다. 어르신들은 라면 그릇을 앞에 두고 "어제까지 많은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워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와보니까 오길 잘 왔네.", "혼자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 여기서 같이 먹는게 백 배는 좋지." 옆자리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이제 '함께라면'은 단순히 무료로 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봉사자 조은희(51)씨는 "집에만 갇혀 있던 어르신들이 라면을 먹으며 주위 사람들과 말 한마디라도 나누니 행복해하신다"며 "사장님께서도 어르신들이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음식을 아끼지 않으신다. 덕분에 후원과 봉사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을 운영하는 조정선(58)씨. 강주비 기자다만 최근엔 폭설로 인해 길이 꽁꽁 얼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매일 평균 30~40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했지만, 요즘은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조씨는 "처음엔 10명 남짓하던 이용객이 입소문을 타고 많을 땐 70명까지 왔다. 하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20명 정도만 오신다"며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끼니를 챙기기 힘든데 걱정이 된다. 빨리 날씨가 풀려 더 많은 어르신들을 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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