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정국에 피로감 드러내기도 해
SNS·커뮤니티도 체포 소식 반응 다양

"계엄이라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러 놓고 꽁무니를 빼던 모습에 부아가 치밀었는데 드디어 체포라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12·3 계엄 사태를 야기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자 광주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결실을 맺었다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15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동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 TV에서는 윤 대통령이 경호 차량의 호위를 받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동하고 있는 현장이 중계되고 있었다.
공조본이 영장을 집행한 지 6시간여 만에 피의자 조사를 위해 전용차를 타고 공수처로 향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걸음을 멈춘 채 화면에 집중했다.
자리에 일어나 TV 앞에 선 시민도, 몸과 고개를 돌려 TV 소식을 듣는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은 TV를 가리키면서 "자기 멋대로 계엄을 실시하고, 자기 멋대로 숨어 있다가 이제서야 꼬리를 내렸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윤 대통령이 목적지에 도착한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윤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공수처 건물 뒤쪽 출입구를 통해 조사실로 들어갔다.

대통령의 뒷모습이 공수처 창문을 통해 포착되자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체포 소식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모(52)씨는 "하늘 아래 두 번의 계엄이 있을 수야 있냐. 하루라도 빨리 끌고 나와서 무릎을 꿇게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늦어진 게 아쉽다. 저지른 일의 대가가 눈앞에 다가오니 다리가 떨리나보다"며 "진작에 끌고 나왔어야 했는데, 며칠을 끌다가 이제야 영장 집행이 이뤄진 것도 늦어도 너무 늦다"고 말했다.
또 어떤 시민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젓기도 하는 등 그간 있었던 수많은 집회와 시위, 집단 갈등 등 여러 혼란과 정치적 대립 등에 의한 피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학생 오모(23)씨는 "좀더 빨리 체포했어야 했는데 해를 넘기고 2주가 지나서야 영장 집행이 이뤄졌다"며 "자기 멋대로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다. 이제 법의 심판을 받을 때다"고 규탄했다.

대합실 한켠에서는 뉴스에 집중한 나머지 버스를 놓쳐 시계를 보며 발을 굴리는 이도 찾아볼 수 있었다.
김모(83·여)씨는 "광양으로 가는 10시30분 버스를 타야 했는데 뉴스에 집중하느라 차를 놓쳐버렸다"며 "젊을 때 계엄을 경험했는데, 이 나이가 돼서 또다시 경험해볼 줄 몰랐다.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이리저리 도망치고 숨는 모습에 부아가 치밀었는데, 속이 다 시원하다"고 전했다.
전남대학교 커뮤니티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소식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엄청 후련하다. 제 발로 나갔으면 될 걸 안 나가서 무슨 꼴이냐', '정의는 승리한다', '억지로 명령 따르다가 내란동조죄 덮어쓰게 된 경호관들은 무슨 죄냐'는 등 격양된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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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도 막지 못한 따뜻한 한끼···혹한 속에 피어나는 광산구 나눔식당의 온정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눈이 와도 꼭 와야죠. 여기 와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눈발이 거세게 흩날리던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위치한 나눔식당 '함께라면' 앞.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식당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따뜻한 밥 냄새에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지난해 11월 문을 연 '함께라면'은 8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사장 조정선(58)씨가 식당 건물 한켠에 조성한 '셀프 무료 급식소'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어르신, 결식아동, 외국인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로 라면과 밥,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에는 동태탕, 뼈다귀 해장국 등 특식도 마련된다.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을 찾은 어르신에게 봉사자가 라면을 배식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조씨는 "지난해 식당에 불이 났을 때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평소에 동네 어르신과 한겨울 일거리가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의 도움에 보답하고자 '함께라면'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원래는 횟집 옆 15평 남짓한 별도 공간에서 급식소를 운영했지만, 최근 폭설과 한파로 수도가 얼어붙자 조씨가 급히 장사하는 공간 일부를 내어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이날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한 그릇의 라면과 밥, 정성껏 준비된 반찬이 추운 겨울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우산동에 사는 노철환(80)씨는 "노인당은 일주일에 사흘만 밥을 줘서 나머지 날에는 혼자서 밥 해결하기가 힘들었는데, '함께라면'이 문을 연 뒤부터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와 밥을 먹는다"며 "사장님과 봉사자 분들이 항상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식당에서 만난 김영국(79)씨는 "친구가 무료 급식소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줘 자주 오게 됐다"며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와서 동네 사람들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라면도 이곳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웃었다.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에서 봉사자들이 식사 메뉴인 라면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어르신들이 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라면을 끓이는 냄비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임시로 마련한 배식대에는 단무지와 무말랭이 등 정성이 담긴 밑반찬도 준비됐다. 창밖에는 눈이 쉴 새 없이 내렸지만, 이곳만큼은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얼어붙은 손을 비비던 어르신들은 봉사자가 가져다 준 라면 국물을 한 숟갈 떠넣고는 "아, 따뜻하다" 하며 연신 감탄했다. 어르신들은 라면 그릇을 앞에 두고 "어제까지 많은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워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와보니까 오길 잘 왔네.", "혼자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 여기서 같이 먹는게 백 배는 좋지." 옆자리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이제 '함께라면'은 단순히 무료로 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봉사자 조은희(51)씨는 "집에만 갇혀 있던 어르신들이 라면을 먹으며 주위 사람들과 말 한마디라도 나누니 행복해하신다"며 "사장님께서도 어르신들이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음식을 아끼지 않으신다. 덕분에 후원과 봉사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을 운영하는 조정선(58)씨. 강주비 기자다만 최근엔 폭설로 인해 길이 꽁꽁 얼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매일 평균 30~40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했지만, 요즘은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조씨는 "처음엔 10명 남짓하던 이용객이 입소문을 타고 많을 땐 70명까지 왔다. 하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20명 정도만 오신다"며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끼니를 챙기기 힘든데 걱정이 된다. 빨리 날씨가 풀려 더 많은 어르신들을 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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