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차도 끝 따라 걸어
신축되는 동안 불편 계속
안전 통행 대책 마련이 절실

"장록교가 도심을 오가는 유일한 길이여서 꾹 참고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한 보행로를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건가요?"
광주 황룡강을 가로지르는 장록교에 보행로가 없어 인근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2일 오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장록교. 왕복 2차선 교량 위로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보행자들도 차들을 피해 교량 난간 쪽에 바짝 붙어 아슬아슬하게 통행하고 있다는 것.
어린 학생부터 자전거를 탄 시민, 시장 카트 등을 끄는 고령의 노인들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장록교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폭 50㎝가 간신히 넘는 난간 연석 위나 차도 가장자리 하얀색 실선을 따라 걸었다.
경적은 멈출 줄 몰랐으며,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자주 보였다.
송촌동 주민 김모(77·여)씨는 "시장이 있는 도심으로 가려면 장록교를 건너야 한다. 이 길이 가장 빠르다"며 "조금이나마 안전한 보행로가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장록교는 지난 1979년 개통됐다. 광산구 송촌동과 장록동에서 광주송정역과 1913송정역시장 등 광산구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목이어서 평소에도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송정1교나 평동교 등 황룡강 위의 다른 교량과 다르게 별도의 보행로가 없다 보니 보행자들은 난간 쪽에 붙어서 다리를 통행하곤 했다.
장록교를 이용하지 않고 도심으로 향하려면 최소 3㎞이상 돌아가야 한다.
장록동 주민 백모(79·여)씨는 "돌아가려면 한참 걸린다.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고 차가 지나갈 때마다 너무 아찔하지만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프니 어쩔 수 없다"며 "다리 지을 때 양옆으로 사람들 지나갈 정도만 통로를 만들었으면 이런 불편이 없었을 텐데 화가 난다"고 했다.
주민들의 이같은 불편은 앞으로 2~3년 동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추진 중인 송촌장록마을 택지개발 사업과 관련해 400억이 투입되는 장록교 신축 공사가 끝나면 보행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신축되는 장록교는 왕복 4차선 도로로 지어지며 양쪽으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붙는다. 예상 준공 시점은 2027년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인들은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장록교에 있는 안전시설물은 '본 교량은 인도부가 없으니 통행 시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전부기 때문이다.
국강현 광주 광산구의원 "차들이 지나다니는 위험천만한 도로 위에 안내판 하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하는 등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차들을 서행시킬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폭설도 막지 못한 따뜻한 한끼···혹한 속에 피어나는 광산구 나눔식당의 온정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눈이 와도 꼭 와야죠. 여기 와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눈발이 거세게 흩날리던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위치한 나눔식당 '함께라면' 앞.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식당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따뜻한 밥 냄새에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지난해 11월 문을 연 '함께라면'은 8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사장 조정선(58)씨가 식당 건물 한켠에 조성한 '셀프 무료 급식소'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어르신, 결식아동, 외국인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로 라면과 밥,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에는 동태탕, 뼈다귀 해장국 등 특식도 마련된다.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을 찾은 어르신에게 봉사자가 라면을 배식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조씨는 "지난해 식당에 불이 났을 때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평소에 동네 어르신과 한겨울 일거리가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의 도움에 보답하고자 '함께라면'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원래는 횟집 옆 15평 남짓한 별도 공간에서 급식소를 운영했지만, 최근 폭설과 한파로 수도가 얼어붙자 조씨가 급히 장사하는 공간 일부를 내어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이날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한 그릇의 라면과 밥, 정성껏 준비된 반찬이 추운 겨울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우산동에 사는 노철환(80)씨는 "노인당은 일주일에 사흘만 밥을 줘서 나머지 날에는 혼자서 밥 해결하기가 힘들었는데, '함께라면'이 문을 연 뒤부터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와 밥을 먹는다"며 "사장님과 봉사자 분들이 항상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식당에서 만난 김영국(79)씨는 "친구가 무료 급식소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줘 자주 오게 됐다"며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와서 동네 사람들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라면도 이곳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웃었다.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에서 봉사자들이 식사 메뉴인 라면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어르신들이 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라면을 끓이는 냄비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임시로 마련한 배식대에는 단무지와 무말랭이 등 정성이 담긴 밑반찬도 준비됐다. 창밖에는 눈이 쉴 새 없이 내렸지만, 이곳만큼은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얼어붙은 손을 비비던 어르신들은 봉사자가 가져다 준 라면 국물을 한 숟갈 떠넣고는 "아, 따뜻하다" 하며 연신 감탄했다. 어르신들은 라면 그릇을 앞에 두고 "어제까지 많은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워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와보니까 오길 잘 왔네.", "혼자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 여기서 같이 먹는게 백 배는 좋지." 옆자리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이제 '함께라면'은 단순히 무료로 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봉사자 조은희(51)씨는 "집에만 갇혀 있던 어르신들이 라면을 먹으며 주위 사람들과 말 한마디라도 나누니 행복해하신다"며 "사장님께서도 어르신들이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음식을 아끼지 않으신다. 덕분에 후원과 봉사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을 운영하는 조정선(58)씨. 강주비 기자다만 최근엔 폭설로 인해 길이 꽁꽁 얼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매일 평균 30~40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했지만, 요즘은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조씨는 "처음엔 10명 남짓하던 이용객이 입소문을 타고 많을 땐 70명까지 왔다. 하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20명 정도만 오신다"며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끼니를 챙기기 힘든데 걱정이 된다. 빨리 날씨가 풀려 더 많은 어르신들을 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기울어진 남구 상가주택··· 정밀진단 '철거 필요' 판정
- · [날씨]광주·전남 밤 사이 눈 20㎝ 쌓여···아침기온 -10도
- · 2월에도 상생카드 10% 특별할인
- · '자녀당 1억원' 출산율 제고 효과 톡톡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