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유가족·수습대원 위한 떡국·식사 제공
지치고 힘들지만 긴 설 연휴 봉사 준비 한창
"필요한 어디든 달려가는 1등 부녀회 되겠다"

"큰 슬픔과 고통을 겪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공하고 싶었어요. 올해는 더 이상 이런 아픔이 없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일, 무안군 새마을부녀회 100여명은 각자의 생업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고 발생 후 1시간도 안 됐던 시간이었다. 김산 무안군수의 현장 지원 요청으로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경황이 없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참사 당일 무안공항은 모여든 유가족과 현장을 수습하는 소방·경찰·군인 등을 위한 식사 준비가 시급했지만 공항 식당이 모든 수습 인력의 끼니를 제공하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부녀회가 때마침 한 달 정도 앞둔 설 연휴 봉사를 위해 연말부터 떡국을 준비했던 터라 공항에 모인 유가족과 수습 인력을 위한 식사 준비가 곧바로 가능했다.
김성희 무안군 새마을부녀회장은 "무안군수께서 부녀회에 현장 지원을 요청했다. 그 시점이 사고 발생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며 "현장에서 첫날부터 배식 봉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설맞이 떡국을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녀회는 공항은 물론 수습 인력이 머물던 활주로 인근에서도 배식 봉사를 했다.
부녀회 회장단은 "식사 시간에 맞춰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쉴 틈 없이 떡국을 담은 식판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군인과 경찰, 소방관들이 팀별로 와서 식사하고 갔는데, 이들 대부분 아들 같은 20대 초반의 앳된 청년들이었다. 끔찍한 사고 현장에서 묵묵히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대견스러우면서도 안타깝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군인은 너무 힘들어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차디찬 바닥에 누워 쪽잠을 자는 모습을 봤다"며 "식사부터 하라고 깨워도 잠이 우선이라며 식사를 거부하는 모습이 가슴이 아팠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회장단은 "공항에서는 삼시 세끼 제공, 쓰레기 수거, 화장실 청소 등 유가족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봉사에 집중했다. 합동분향소에도 100명이 참여해 추모객을 안내하고 주변을 정리했다"며 "고되다 보니 나이 많으신 봉사자 3~4명은 허리를 삐끗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봉사자들이 앞다퉈 무한공항으로 달려와 함께 봉사했다. 많은 분들이 참사를 안타까워하고 온 마음을 다해 봉사하는 모습에 희망을 봤다"며 "이번 봉사를 보며 우리 국민들에게 아직 온정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부녀회는 3주 이상 이어진 참사 현장 봉사로 몸과 마음이 피곤하지만, 유독 긴 올해 설 명절을 쓸쓸히 보낼 무안군 이웃들을 위해 원래 계획했던 봉사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설 연휴가 최대 9일까지 이어지면서 도움이 필요한 지역민들은 더 쓸쓸한 명절이 될 것 같다"며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봉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장단은 "무안군 새마을부녀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회비를 내면서도 무보수로 즐겁게 활동하는 '봉사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올해도 힘닿는 데까지 봉사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가 이웃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전남 대표 봉사단체로 활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임창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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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도 막지 못한 따뜻한 한끼···혹한 속에 피어나는 광산구 나눔식당의 온정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눈이 와도 꼭 와야죠. 여기 와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눈발이 거세게 흩날리던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위치한 나눔식당 '함께라면' 앞.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식당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따뜻한 밥 냄새에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지난해 11월 문을 연 '함께라면'은 8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사장 조정선(58)씨가 식당 건물 한켠에 조성한 '셀프 무료 급식소'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어르신, 결식아동, 외국인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로 라면과 밥,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에는 동태탕, 뼈다귀 해장국 등 특식도 마련된다.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을 찾은 어르신에게 봉사자가 라면을 배식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조씨는 "지난해 식당에 불이 났을 때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평소에 동네 어르신과 한겨울 일거리가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의 도움에 보답하고자 '함께라면'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원래는 횟집 옆 15평 남짓한 별도 공간에서 급식소를 운영했지만, 최근 폭설과 한파로 수도가 얼어붙자 조씨가 급히 장사하는 공간 일부를 내어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이날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한 그릇의 라면과 밥, 정성껏 준비된 반찬이 추운 겨울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우산동에 사는 노철환(80)씨는 "노인당은 일주일에 사흘만 밥을 줘서 나머지 날에는 혼자서 밥 해결하기가 힘들었는데, '함께라면'이 문을 연 뒤부터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와 밥을 먹는다"며 "사장님과 봉사자 분들이 항상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식당에서 만난 김영국(79)씨는 "친구가 무료 급식소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줘 자주 오게 됐다"며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와서 동네 사람들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라면도 이곳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웃었다.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에서 봉사자들이 식사 메뉴인 라면을 준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어르신들이 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라면을 끓이는 냄비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임시로 마련한 배식대에는 단무지와 무말랭이 등 정성이 담긴 밑반찬도 준비됐다. 창밖에는 눈이 쉴 새 없이 내렸지만, 이곳만큼은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얼어붙은 손을 비비던 어르신들은 봉사자가 가져다 준 라면 국물을 한 숟갈 떠넣고는 "아, 따뜻하다" 하며 연신 감탄했다. 어르신들은 라면 그릇을 앞에 두고 "어제까지 많은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워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와보니까 오길 잘 왔네.", "혼자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 여기서 같이 먹는게 백 배는 좋지." 옆자리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이제 '함께라면'은 단순히 무료로 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봉사자 조은희(51)씨는 "집에만 갇혀 있던 어르신들이 라면을 먹으며 주위 사람들과 말 한마디라도 나누니 행복해하신다"며 "사장님께서도 어르신들이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음식을 아끼지 않으신다. 덕분에 후원과 봉사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광주 광산구 우산동 나눔식당 '함께라면'을 운영하는 조정선(58)씨. 강주비 기자다만 최근엔 폭설로 인해 길이 꽁꽁 얼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매일 평균 30~40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했지만, 요즘은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조씨는 "처음엔 10명 남짓하던 이용객이 입소문을 타고 많을 땐 70명까지 왔다. 하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20명 정도만 오신다"며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끼니를 챙기기 힘든데 걱정이 된다. 빨리 날씨가 풀려 더 많은 어르신들을 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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