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 사후 조정도 결렬
"환승·막차 못타 택시행"
"광주시, 적극 중재해야"

광주 시내버스 파업이 장기화되며 시민 불편이 극에 달했지만, 광주시는 여전히 중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업이 재개된 지 8일째인 16일 오전 7시30분께 광주 서구 유스퀘어(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 지난 주말 운행률이 60%대까지 떨어지자 광주시는 이날부터 순환01번과 봉선37번 등 2개 노선에 전세버스 6대를 긴급 투입했다. 순환01번은 이 정류장을 지나는 주요 노선 중 하나다.
그러나 전세버스 투입에도 안내 단말기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도착까지 '5분' 남았다는 순환01번 버스가 갑자기 정류장에 도착하자, 휴대전화를 보며 기다리던 시민들이 황급히 뛰어갔지만 이미 만차 상태였다. 결국 몇몇 시민은 탑승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원56, 송암31, 문흥39, 좌석03번 등 다른 노선들도 배차 간격이 30~40분을 훌쩍 넘겼다. 함평500번 버스는 도착까지 1시간 가까이 남았다는 안내가 표시됐다.
특히 고령층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제약은 더욱 두드러졌다.
정류장에서 만난 김춘호(72)씨는 "매일 복지관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데,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에는 전세버스를 왜 안 넣는지 모르겠다"며 "차가 없는 노인들은 외출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긴 배차 간격에 환승 시간을 넘겨 교통비가 증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허소정(24)씨는 "30분 안에 환승하면 요금을 한 번만 내는데, 지난주엔 환승하려던 버스가 40분 만에 와서 요금을 두 번 냈다"며 "파업 기간만이라도 환승 유예 시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막차 시간 조정으로 인한 불편도 컸다.

직장인 지성경(31)씨는 "지난주 회식 후 막차를 타려다 평소보다 막차 시간이 2시간 당겨진 걸 그제야 알았다"며 "결국 택시를 탔는데 요금이 버스의 10배 이상 나왔다. 주말에도 약속이 있어 택시를 계속 타다 보니 교통비 지출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 경제적으로 부담이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시 전체 시내버스 1천대 중 실제 운행된 차량은 792대로, 운행률은 79.2%에 그쳤다.
시민들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다다랐지만, 버스 노사 간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사후 조정이 열렸으나 사측은 임금 인상률 2.5%, 노조는 기존 요구안인 8.2%를 고수하며 협상은 결렬됐다. 조정위원 일부가 3% 인상안을 제안했으나, 노조가 입장을 굽히지 않아 협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지노위의 2차 사후 조정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사측은 2.5% 인상을 제안했으나 노조가 8.2%를 그대로 고수해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광주는 임금 8.78%를 인상한 부산 등과 상황이 다르다. 타 지자체는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쟁점이었고,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기본급은 동결된 셈이다. 반면 광주는 2014년에 이미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한 상태로, 기본급 8.2% 인상 요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2.5% 이상은 제안할 계획이 없다"며 "노조도 시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준공영제 구조 속에 있는 만큼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업 장기화에 대한 광주시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파업 재개 일주일 만인 지난 15일에서야 첫 공식 담화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원만한 협상'을 당부하는 수준에 그쳐, 시가 보다 적극적인 중재나 실질적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광주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통해 해마다 1천400억원대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파업 문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박필순 시의원(광산구3·더불어민주당)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문제는 광주시,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문제이자 광주시의 책임"이라며 "광주시가 중립적인 행정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갈등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시장은 "이미 안이 다 제시된 만큼 노조가 결단하면 된다. 노조가 (지노위의) 3%안을 받을 건지 말 건지, 시민 불편을 가중시킬 건지 말 건지 판단해야 한다"며 "파업 전부터 현재까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법과 절차의 문제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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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에 증거 첨부...노인은 못 쓰는 '학대 신고 앱' 보건복지부가 노인학대 신고 활성화를 위해 개발한 전용 앱 '나비새김(노인지킴이)'. 신고 절차가 증거 자료를 첨부하고 휴대전화 번호인증을 거쳐야 하는 등 까다롭다. 나비새김 캡처 보건복지부가 노인학대 신고 활성화를 위해 전용 앱을 개발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신고 절차가 까다로워 기피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앱 개발 취지가 신고 활성화를 통한 노인학대 조기 발굴인 만큼 앱 사용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11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노인학대 신고 앱 '나비새김(노인지킴이)'을 개발했다. 누적 앱 가입자 수는 2만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수와 달리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가 최근 발간한 '202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중 학대사례로 인정된 7천167건의 접수 유형 대부분 경찰이나 행정복지센터를 비롯한 관계기관 의뢰를 통한 신고였다.구체적으로 관계기관 의뢰를 통한 신고가 5천105건(71.23%)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화 신고 1천775건(24.77%), 대면 신고(3.03%), 온라인 및 앱(0.97%) 순으로 뒤를 이었다.노인학대 신고 활성화를 위해 앱을 개발했지만 전혀 사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활용도 저조의 이유로는 접근성 불편이 지목되고 있다.학대 당사자인 노인들이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스마트폰에 나비새김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신고 접수까지 절차가 까다롭다.앱을 켜서 학대 발생 장소와 기간을 입력하고 학대의 유형이 신체적인지 정서적인지 성적인지 등을 선택한 뒤 증거 자료로 사진이나 영상 음성녹취를 첨부해야 한다.또 학대 당시의 상황을 500자 내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보건복지부가 최근 발간한 202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신고접수 유형이 경찰 등 관계기관 의뢰를 통한 서신과, 전화가 대부분이다. 보고서 캡처여기서 끝이 아니다. 휴대전화 번호인증까지 마쳐야 신고가 완료된다. 학대 피해자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들인 점을 감안하면 나비새김은 '무용지물'인 셈이다.광주 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은 "어르신들에게 굳이 먼 길 찾아오지 않아도 집에서 신고할 수 있다고 알려줘도 사실상 쉽지 않다. 젊은 사람들과 다르게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며 "휴대전화 본인인증 같은 경우 최초 1회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안 해도 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등 앱 활성화를 위해 조금은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광주의 한 재가노인복지센터 센터장도 "학대 당사자인 노인뿐만 아니라 신고 의무자에 해당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도 나비새김 신고 방법을 안내한 적 있는데 소용없었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신고 의무자도 대부분 고령인데 나비새김으로 얼마나 신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노인들 대부분 노안으로 글씨도 잘 못 보는데 '큰 글씨 모드'도 적용 안 된다. 노인학대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앱 활성화를 위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나비새김 활성화를 위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지속적인 홍보 활동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최근 4년간 광주·전남지역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21년 779건(광주 273건·전남 506건) 2022년 721건(202건·519건), 2023년 796건(290건·506건), 2024년 541건(204건·337건)으로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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