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멈춘 삶···광주·전남 상인들 '망연자실'

입력 2025.07.18. 16:22 강주비 기자
하루 400㎜ 이상 기록적 폭우
백운광장·전남대·말바우시장 등
가게 곳곳 침수 피해, 상인 '절망'
흙탕물 범벅, 고가 장비도 고장
"복구 막막…또 폭우 예보 공포'
18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동의 한 상가 지하 1층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두환 씨가 전날 폭우로 침수된 가게 내부의 물을 퍼내고 있다. 강주비 기자

하루 사이 광주·전남에 40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절망에 빠졌다. 온통 흙탕물에 범벅된 가게 내부와 젖어버린 집기, 가전제품들을 되살려보려 하루 종일 복구 작업에 매달렸지만, 다시 예보된 '물폭탄'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18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일대. 전날 이곳엔 391.5㎜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일대 도로와 상가가 물에 잠겼다. 새벽 무렵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가게 안의 물은 대부분 빠졌지만, 문 앞에 겹겹이 쌓인 모래주머니와 차수벽, 흠뻑 젖은 인도는 하루 전 참혹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지하 1층에서 10년째 이발소를 운영 중인 김두환(55)씨의 50평 남짓한 가게 바닥엔 여전히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 소방서가 양수기와 배수 호스를 설치해 줬지만, 물을 완전히 빼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씨는 밤새 쓰레받이를 들고 손으로 직접 물을 퍼 날라야 했다. 그 고된 밤을 증명하듯, 빨간 양동이엔 흙탕물이 넘칠 듯 차 있었다.

김씨는 물에 젖어 누렇게 변한 벽지와 들뜬 장판을 참담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김씨는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물이 차오르더니, 30분 만에 종아리까지 물이 찼다. 급히 소방서에 신고했고, 2시간 반 만에야 소방차가 도착했다"며 "양수기로 물을 빼냈지만, 계속 비가 오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기 누전이 두려웠던 그는 콘센트를 모두 뽑고, 촛불을 켠 채 밤새 가게를 지켰다고 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김씨는 "젖은 집기류 말리고, 벽지랑 장판 새로 하려면 열흘은 장사 못 한다"며 "복구비도 감당이 안 되는데, 매년 여름이면 이런 일이 반복되니 이젠 지친다"고 한숨 쉬었다.

북구 용봉동 전남대 인근과 우산동 말바우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인근 상가 상인들이 전날 폭우로 침수된 가게 내부를 정리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인근 한 편의점 앞에 전날 폭우로 침수된 물건들이 널려 있다. 강주비 기자

전남대 앞 도로변 상가는 대부분이 침수돼 장사를 멈춘 상태였다. 상인들은 흙 묻은 의자와 진열대를 하나둘 밖으로 내놓고, 걸레와 호스로 가게 내부 바닥을 닦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나라도 건지자'는 절박한 마음이었지만, 이미 망가진 물건들은 손쓸 도리가 없었다.

전남대 인근에서 김치찌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침수될 땐 그저 무서웠는데, 지금은 막막함뿐"이라며 "복구하려면 얼마가 들고,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에 또 비가 온다니 청소한 게 허사가 될까 두렵다"며 울먹였다.

말바우시장에는 곳곳에 삽과 빗자루가 널려 있었고, 전기가 끊기면서 포스기 사용이 불가능해 상인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장어집을 운영하는 김모(39)씨는 "장어 수족관 밑에 있는 수온 조절 모터가 잠겨 고장 났고, 500만원짜리 진공포장 기계도 물에 잠겼다. 포장 자재도 다 젖어서 쓸 수가 없다"며 "11년 장사하면서 이런 비는 처음"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인근 국밥집 사장 정선근(53)씨도 "손님들이 물이 들이치자 '무섭다'며 다 나갔다. 어제는 하루 장사 그냥 날린 셈"이라며 "쓰레기가 떠밀려 오면 가게 앞에 빗물받이가 막힐 것 같아 걱정돼 자정까지 지켜보다 겨우 퇴근했다. 오늘도 또 비가 온다니 집에 못 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주택과 상가, 도로 등의 침수 피해 신고는 광주 288건·전남 49건이 접수됐다. 각 지자체는 신고된 내용을 토대로 현장 조사에 착수, 피해 규모를 산정해 재산 피해에 대해 일부 복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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