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고 9건 발생했지만···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허술한 통제

입력 2025.08.25. 13:38 강주비 기자
등산객들 안전띠 등 훼손…자유 통행 가능
추락방지망 공사 지연…31일 준공 예정
남구 "임시 폐쇄…추가 시설 설치 어려워"
25일 오전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 추락방지망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임시 폐쇄를 위해 설치된 안전띠, 펜스 등이 훼손된 모습. 강주비 기자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가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임시 폐쇄됐지만, 차단 시설이 훼손되면서 여전히 시민들의 통행이 이어지고 있다. 추락방지망 설치 공사까지 지연되며 추가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오전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 추락방지망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구름다리로 향하는 등산로 계단 주변에 추락방지망 공사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주비 기자

25일 오전 찾은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 등산로 계단 주변에는 '잠시 구름다리(등산로)는 쉬어가는 중입니다. 안전을 위한 잠깐의 멈춤 당신의 안전이 가장 소중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7월24일부터 8월31일까지 구름다리 통제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달랐다.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설치한 안전 펜스는 옆으로 치워져 있었고, 안전띠는 끊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현수막마저 누군가 끈을 풀어 반대편에 묶어둔 탓에 입구 전체를 가로막지 못했다. 30여분간 지켜본 결과, 10여명의 등산객이 아무런 제약 없이 구름다리를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25일 오전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 추락방지망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임시 폐쇄를 위해 설치된 안전띠, 펜스 등이 훼손돼 한 등산객이 구름다리를 통행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앞서 남구는 추락방지망 설치 공사를 추진하며 구름다리 입구를 임시 폐쇄했다. 잇따른 추락사고에 주민과 의회가 "공사 완료 전까지 출입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등산객들이 안전띠와 펜스를 걷어내면서 통제 조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등산객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소 제석산을 자주 등산한다는 60대 추모씨는 "입구가 막혀 있다가 언제부턴가 안전띠가 다 풀려 있길래 그냥 다녀도 되는 줄 알았다"며 "공사하는 모습도 보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거나 아예 미뤄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 추락방지망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임시 폐쇄를 위해 설치된 안전띠, 펜스 등이 훼손돼 한 등산객이 구름다리를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공사 일정 지연도 위험을 키우고 있다. 애초 공사는 8월13일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폭우로 일정이 23일까지 미뤄졌다. 이어 방지망을 설치할 경사면을 천공하는 과정에서 예상과 달리 암반이 아닌 토사가 나와 추가 보강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준공 시점은 31일로 또다시 연기됐다.

공사 지연으로 폐쇄 기간이 늘어났지만, 현장 관리가 허술해 사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남구는 임시 폐쇄 조치인 만큼 추가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폐쇄 초기부터 등산객들이 안전띠와 펜스를 걷어놓아 주기적으로 정비하고 있지만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공사 기간 동안 임시 폐쇄하는 것이어서 출입 차단을 위한 고정 시설물을 설치하기는 어렵다. 폭우와 지반 문제로 일정이 늦어졌지만 최대한 서둘러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8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으며, 올해에만 세 차례 사망 사고가 이어졌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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