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 1년] 광주·전남 청년들은 왜 5·18 헌법 수록을 말하나

입력 2025.12.03. 17:27 강주비 기자
가족의 트라우마로 체화된 5·18
12·3서 확인한 국가 권력의 폭주
“내란 청산은 오월정신 헌법수록”
“민주주의 버팀목 다시 세워야”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촛불집회에서 도로를 가득 메운 수많은 국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지난해 12·3 불법계엄 사태는 광주·전남 청년들에게 1980년 5월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가족의 기억 속에 남은 폭력과 고립, 그리고 지난해 스스로 광장에서 목격한 국가 권력의 폭주. 두 번의 계엄을 겪은 청년들은 "정당성을 잃은 권력의 폭주를 결국 시민이 막아냈다"며, 이제 국가는 책임 규명과 오월정신 헌법수록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버팀목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등일보가 광주·전남 2030 청년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5·18을 '역사'가 아니라 '가족의 기억'으로 설명했다. 정평호(34)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청년위원장은 "가족들은 지금도 5·18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어떤 위로도 쉽게 건넬 수 없다"고 말했다. 호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준원(30)씨는 "충격·공포·분노·걱정·슬픔·참담함. 주변 어른들은 세상의 모든 추악하고 험한 말을 모아야 당시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표현할 수 있다고 하셨다"고 했다.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가족의 삶에 남은 상흔'은 청년 세대의 감각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 청년들이 즉각 위기의식을 느끼고 거리로 향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의 충격은 단지 사건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또다시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함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박근우(23)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대학생위원장은 "지금은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시대다. 과거 계엄과 5·18은 정보 통제와 군 동원이 가능했기에 참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이번엔 시민들이 즉각 거리로 나섰고 군도 충돌을 피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언제나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했다.

박준원씨는 "5·18과 12·3 두 경우 모두 비이성적 계엄이었다. 전두환은 군사반란 이후 반대 세력을 제압하려 했고, 윤석열은 의회를 마비시키려 했다고 본다"며 "계엄은 전시 상황에서나 정당화될 수 있다. 1980년엔 시민군이 진압됐지만, 2024년엔 의회가 작동했고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인터뷰에서 가장 일관되게 제기된 요구는 오월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었다. 청년들은 이를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문구가 아니라, 불법 계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라고 규정했다. 즉, 단죄를 넘어 '제2의 내란'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다.

박진우(32) 개혁신당 광주 동남을 당협위원장은 "오월정신은 지역 운동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출발점이다. 헌법 전문에 담는 건 국가가 지향해야 할 기준을 분명히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5·18을 제대로 기억하지 않으면, 2024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절감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당원 신동호(가명·32)씨는 "지금도 일부 정치인들은 5·18을 왜곡하거나 전두환을 미화한다. 헌법에 명시해야 그 발언이 반헌법적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박근우 전 위원장은 "헌법 전문에 4·19만 들어 있다. 여기에 오월정신을 함께 적시하면 국민 저항권의 근거가 더 분명해진다"고 했다. 황혜연 활동가는 "오월정신은 불의에 맞선 용기와 생명 존중의 가치다. 이 정신이 나라의 근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번의 계엄을 세대 간 기억으로, 또 현실로 경험한 광주·전남 청년들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법 계엄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단죄는 필수적이며, 그 위에 오월정신을 헌법에 새기는 일 역시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불법계엄 사태 1년을 '사건의 종결점'이 아니라 '민주주의 재건을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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