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처리 시한 13개월 초과
광주 41곳 중 14곳은 폐업
이름만 바꿔 재영업 꼼수도
교육 현장 제재 한계도 한몫

광주의 한 교복 대리점 거리. 불과 몇 년 전 담합 의혹으로 지역사회를 달궜던 매장들이 하나둘 간판을 내렸다. 3년 전 담합의 주역으로 의심받던 업체 중 상당수는 이미 시장을 떠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책임을 묻는 과징금 고지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지지부진한 조사 기간이 이들에게 합법적인 탈출구를 열어준 셈이다.
지난해 불거진 광주지역 교복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조사 착수부터 처분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부당 공동행위 사건 처리 시한인 13개월은 이미 옛일이 된 지 오래였다.
문제는 3년이라는 긴 공백이 누군가에게는 본의 아니게 완벽한 퇴로가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시 공정위가 전수조사한 광주지역 41개 교복 업체 중 최종적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곳은 27개 업체에 그쳤다. 나머지 14개 업체는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폐업 신고를 마치면서 수사가 종결됐다. 조사 대상 3곳 중 1곳 꼴로 법적 책임의 사정권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간 것이다.
특히 사라진 14개 업체 중에는 사업자명만 교묘하게 바꿔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꼼수 개업 업체도 1곳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 13개 업체는 아예 교복 시장을 완전히 떠났다.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이러한 조사 지연의 배경으로 인력 구조와 절차적 한계를 들었다. 정원 19명 중 실제 근무 인원이 17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 명의 조사관이 수많은 사건을 병행 처리하다 보니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사건을 담당한 공정위 조사관은 “심사보고서 작성 이후에도 의견서 제출 등 방어권 보장 절차가 이어지고, 절차상 문제로 재수사 결정이 나기도 한다”며 “한 명의 조사관이 모든 업체를 대면 조사해야 하는 구조와 사건 수를 감안하면 시간 소요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결국 행정력이 한계에 부딪혀 머뭇거리는 동안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영리하게 흔적을 지운 업체들에게 본의 아니게 시간적 면죄부를 쥐여준 결과가 됐다.
조사 당국의 시계가 멈춰 선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담합의 틈새를 메우기 위한 행정 조치들이 분주하게 추진됐다. 하지만 이내 견고한 법리적 벽에 가로막혔다. 교육청이 의심 정황을 포착해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아도 정작 담합 여부를 최종 판단하고 징계할 칼자루는 공정위나 수사기관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광주시교육청은 입찰 과정의 의심 징후를 추적하며 감시망을 보강해왔고, 전남도교육청은 업체가 전무한 도서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기존의 단일 계약 방식을 허무는 다변화 전략으로 감시의 공백을 메우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장의 분투도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사례가 발견될 때마다 명확한 처벌 잣대를 만들어달라고 공정위와 교육부 등에 요청해왔다”면서 “하지만 업체별 원가가 다르고 학교별 사정이 제각각이라, 특정 수치만으로 담합을 단정하는 일률적 기준 마련은 어렵다는 취지의 회신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명백한 의혹을 포착하더라도 이를 단죄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부재한 셈이다.
매년 반복되는 교복 입찰 담합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배경에는 지방사무소의 사건 인지 구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과중으로 직권조사가 쉽지 않아 조달청 등 관계기관의 신고나 제보를 통해서만 조사가 시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투찰률이나 낙찰가 차이만으로는 담합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워 사업자 간 합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점도 조사 기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인 잃은 고지서와 멈춰버린 시계. 행정의 사각지대가 방치되는 사이, 담합 주체는 사라지고 학부모의 부담과 무너진 공정만이 교복 시장에 남겨졌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박소영기자
-
“여기 있었는데 이제야”...1년4개월 만에 찾은 딸 목걸이
지난 15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진행된 국무조정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주관 민·관·군·경 합동 유해 수색 중에 희생자의 것인 목걸이와 귀걸이가 발견됐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제공
“멀리서 보고 농담처럼 ‘우리 딸 목걸이 같다’고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딸 목걸이가 맞았던거에요.”김성철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지난 15일 유해 재수색 현장에서 딸의 유류품을 확인한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김 이사는 전날 무안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유해 재수색 과정에서 목걸이와 귀걸이 한 쌍을 발견하고 딸과 아내의 물건임을 직감했다. 목걸이는 여행 당시 사진 속 딸이 착용하고 있던 것이며, 귀걸이 역시 평소 아내와 딸이 함께 사용하던 물건이었다.김 이사는 “정말 신기하게도 가족의 물건이 발견된 시점이 수색 종료가 선언된 직후였다. 대부분 인력이 철수를 준비하고 있었고 경찰의 당일 수색 결과 브리핑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찰 두 분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다”며 “그 때 목걸이와 귀걸이가 발견됐고 유가족들 사이에서 저희 딸 물건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멀리서 봤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아 확신이 없었는데 가까이서 확인하는 순간 단번에 알아봤다”고 밝혔다.유가족들이 김 이사 가족의 유류품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사고 이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사연과 사진을 공유해왔기 때문이다.김 이사의 아내와 딸은 함께 떠난 여행 중 사고를 당했다. 이후 1년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가족의 유해와 유류품을 대부분 찾지 못하고 있었다.김 이사는 “사고 당시 발견된 것은 불에 탄 핸드백과 샌들 일부뿐이었고 아내와 딸의 짐이 담긴 캐리어나 개인 물품 등은 찾지 못했다”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마음을 정리해야 하나 괴로웠던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김 이사는 수색 4일차인 16일에도 현장을 찾았다. 목걸이와 귀걸이가 수색 종료 직후 발견돼 추가 수색이 이어지지 못한 상황이라 혹시라도 발견 지점 주변에서 딸과 아내의 물건을 더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전날 발견된 목걸이와 귀걸위 외에 가족의 유류품은 없었다고 김 이사는 말했다.현재 그는 딸과 아내의 물건을 아직 인계받지 않은 상태다. 당장 인계받을 수 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낸 다른 유가족들을 고려해 시점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원하면 바로 받을 수 있지만 저만 먼저 받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오매물망 가족의 유해와 물건을 찾기를 기다리는 다른 유가족들에게 미안해 다같이 인계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지난 13일부터 진행된 참사 현장 유해 재수색은 국무조정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주관 경찰, 군, 소방 등 민·관·군·경 합동으로 진행됐으며 수색 4일차인 16일 하루에만 유해추정 111점이 발견됐다. 이날까지 발견된 유해 추정 물체 누계는 226점이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 · 광주공원 포차 양성화 ‘제자리’···상인·행정 입장차
- · [날씨] “우산 챙기세요” 광주·전남 이틀간 비···주말 낮 25도↑
- · [날씨] 광주·전남, 큰 일교차···17일 최대 40㎜ 봄비
- · 바랜 리본, 더 또렷해진 기억···세월호 12주기 광주·전남 추모 물결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