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건설현장 냉방 쉼터 부족…휴식 요구도 어려워
“임금 보전·이동형 쉼터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해야”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촌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온열질환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폭염 때 휴식을 보장하도록 관련 규정이 마련됐지만,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 고용구조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 탓에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30분께 나주시 봉황면 황용리의 태양광 발전시설 주변에서 예초작업을 하던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가 쓰러졌다.
발견 당시 A씨의 체온은 41.8도까지 올라 있었으며 심정지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A씨가 폭염 속에서 야외작업을 하다 열사병 증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10여분 만에 호흡을 회복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해남군 황산면의 한 밭길에서 태국 국적의 3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해남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돼 있었으며 낮 최고기온은 33도를 웃돌았다.
이처럼 야외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온열질환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노동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농촌에서는 고령 농민 등이 인력소개소를 통해 이주노동자 2∼3명을 단기간 고용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계절근로자나 고용허가제 노동자뿐만 아니라 유학생이나 미등록 이주민 등이 일용직 형태로 투입되기도 해 정확한 고용 규모와 작업환경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늘과 냉방장치가 마련된 휴식 공간도 부족하다. 밭이나 과수원은 햇볕을 피할 곳이 많지 않고, 정자가 있더라도 작업 장소에서 멀거나 냉방시설이 없어 달아오른 체온을 낮추기 어렵다.
건설현장은 농촌보다 안전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이주노동자가 온전히 휴식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공사 기간을 맞춰야 하는 원·하청업체의 압박에 실제 작업시간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일용직 고용구조가 겹치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의 폭염작업을 할 때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원한 물과 냉방·통풍장치, 보냉장구도 제공하고 온열질환 발생에 대비한 응급조치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신설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으로 오르면 옥외작업 중지도 권고된다. 그러나 영세 농가와 소규모 건설현장, 일용직 인력소개 형태의 작업은 사업주나 고용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관리·감독망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체류 자격이나 사업장 변경, 임금 손실 등을 우려해 휴식이나 작업중지를 요구하기 어렵다. 규정상 휴식시간이 있더라도 노동자가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상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농촌에서는 폭염이 이어져도 작업을 멈추기 어렵고 이주노동자가 먼저 쉬겠다는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며 “농촌에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냉방 공간이 사실상 없는 곳이 적지 않다. 마을회관이나 빈집을 활용하고, 에어컨을 갖춘 차량을 이동형 쉼터로 운영하는 방안이라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폭염으로 작업을 중단해도 노동자가 소득을 잃지 않도록 공공공사부터 임금 보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급공사 계약에 폭염·폭우·폭설 등으로 작업하지 못한 기간만큼 공사 기간을 연장하고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하는 조항을 넣자는 취지다.
그는 “폭염으로 한 시간 쉬면 그만큼 임금이 줄어들 수 있어 노동자 스스로 휴식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공사 기간을 맞추려는 현장에서는 관리자와 노동자 모두 위험성을 알면서도 작업을 이어가다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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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데"···외면받는 광주백범기념관, ‘하루 17명 꼴’
13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을 방문한 원아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제81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0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에는 유치원 원아 27명이 줄지어 전시관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전시 해설을 들으며 백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업적과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백화마을의 역사를 살펴봤다. 다소 낯선 역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광복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아이들의 방문으로 잠시 활기를 띠었던 기념관은 단체관람이 끝난 뒤 다시 한산해졌다. 전국에 단 두 곳뿐인 김구 선생 전문기념관 중 하나이자 김구 선생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각별한 인연을 간직한 공간이지만, 상징성에 비해 시민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광복절뿐만 아니라 3·1절과 현충일 등 역사적 기념일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음에도 광주백범기념관의 연간 관람객은 2015년 개관 이후 한 번도 1만명을 넘지 못했다.이날 광주백범기념관 등에 따르면 기념관 관람객은 2023년 5천125명에서 2024년 7천206명, 지난해 8천530명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3천405명, 66.4% 늘었지만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관람객은 23명에 그친다.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3천599명이 방문했다. 월평균 514명, 하루 평균 17명 수준이다. 광복절이 있는 8월과 유치원·학교의 단체 해설이 집중되는 9월에 방문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연간 관람객 1만명 돌파 여부는 불투명하다.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자리한 백범김구기념관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기념관의 최근 연간 관람객은 약 15만명으로, 지난해 광주 기념관 관람객의 17.6배에 달한다. 광주 기념관 관람객은 서울의 5.7%에 불과한 셈이다.두 기념관은 김구 선생을 기리는 전문기념관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설립 배경과 운영 방식은 다르다. 서울 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묘소와 독립운동가 묘역이 있는 효창공원에 자리하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김구 선생의 후손들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2015년 10월 문을 연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학동 백화마을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백범문화재단과 당시 국가보훈처, 광주시가 총 12억4천200만원을 투입했으며, 지상 3층·연면적 488㎡ 규모로 전시실과 교육실 등을 갖췄다. 건립 이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기부채납돼 시 소유 시설이 됐으며 현재 백범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기념관은 상설 전시해설과 함께 유아와 초·중·고등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과 보드게임, 역사기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3·1절과 현충일, 광복절 등 주요 기념일 행사와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포함해 매년 10개 이상의 사업을 진행한다. 단체뿐 아니라 가족 단위 개별 관람객도 매달 달라지는 체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기념관 측은 시설을 직접 방문한 관람객 수만으로 전체 사업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체험 부스, 협력기관 행사 등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2만3천516명에 달했다. 기념관 밖에서 김구 선생의 삶과 정신을 알리는 활동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업 참여 규모는 연간 방문객 수보다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다만 외부 행사 참여 실적이 기념관의 인지도와 방문객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은 과제로 꼽힌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정기 단체관람을 확대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시설 등을 연결하는 역사 탐방 코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광복절 등 특정 기념일에 집중된 일회성 방문을 넘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홍보와 콘텐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광주백범기념관 관계자는 “개관 이후 연간 관람객이 1만명을 넘은 적은 없지만 최근 들어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해에는 기념관 방문객뿐만 아니라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행사 참여자까지 포함해 2만3천여명이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백화마을과 지역의 인연을 기억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가족 단위 방문객도 전시 해설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찾아 김구 선생의 삶과 지역에 남겨진 뜻을 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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