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보다 훨씬 낫죠"…배달기사 등 수차례 찾아
광주 유일 24시간·365일 운영 '쉬소' 하루 50여명 이용
"쉼터 더 늘었으면"…휴식권 보장 위한 인프라 확대 과제

“여기 있으니까 훨씬 낫죠. 쉼터가 생기기 전에는 편의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쉬었어요.”
4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에 위치한 이동노동자 쉼터 ‘쉬소’에서 만난 김향배(61)씨는 헬멧을 벗고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잠시 숨을 돌렸다. 4년 전부터 배달을 시작했다는 김 씨는 “편의점에서는 커피나 음료수를 사야 하고 앉아서 쉬는 것도 눈치 보일 때가 있다”며 “이런 공간이 생기니까 훨씬 낫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이동노동자 쉼터 ‘쉬소’에는 이처럼 폭염을 피해 잠시 숨을 돌리려는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개소한 쉬소는 전남광주 5개 자치구 가운데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유일한 이동노동자 쉼터다. 정해진 사무실 없이 길 위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일터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마찬가지다. 광주노동권익센터에서 위탁운영 중인 이곳은 하루 평균 50여명의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 강주선(45)씨도 하루에 세 번가량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에게 쉼터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다음 ‘콜’을 기다리며 몸과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대기 장소이기도 하다.
강씨는 “더운 날에는 없는 것보다 훨씬 좋다”며 “대리기사들은 이동하면서 배터리가 부족해질 수도 있는데 충전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바로 마련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쉬소는 지난 2018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서구 상무지구에 처음 문을 열어 전국 두 번째로 이동노동자 쉼터를 조성해 운영된 게 시초다. 예산 문제로 지난 2024년 12월31일 운영이 종료됐고, 약 6개월간 공백이 있었다. 이후 현재 위치에 새로운 쉼터 쉬소가 마련된 것이다.

이곳 쉼터는 배달기사와 대리기사 외에도 청소노동자 등 도심 곳곳을 이동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찾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현재 광주에는 24시간 거점형 쉼터인 ‘쉬소’ 외에도 민간 협력형 쉼터 ‘쉬고’가 운영되고 있다. ‘쉬고’는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 등 민간 영업공간의 일부를 쉼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서구(1곳), 남구(1곳), 광산구(2곳) 등 총 4곳이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공공쉼터 형태의 공간은 25곳가량 마련돼 있다.
올여름 전남광주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날 광주기상관측소의 낮 최고기온은 38.8도까지 치솟았다. 1939년 광주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다. 광양읍은 41.1도, 조선대는 40.1도를 기록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40도 안팎의 극한 폭염이 이어졌다.
폭염은 이동노동자들에게 단순히 ‘더운 날씨’가 아니다. 배달과 대리운전 등 업무 특성상 하루 종일 도로 위를 이동해야 하는 이들에게 폭염은 곧 체력 저하와 탈수, 온열질환 위험으로 직결된다. 더위를 피할 마땅한 공간을 찾는 것 자체가 부담인 셈이다.
이승남 광주노동권익센터 팀장은 “올여름 이용자가 특별히 급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등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며 “현재 등록자는 620여명이고 하루 평균 3~4명 정도가 신규 등록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운영 쉼터는 광산구에만 위치하고 있어 다른 지역 이동노동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추가적으로 거점형 쉼터를 확대해야 하지만, 아직 쉼터 추가 계획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광주특별시는 폭염중대경보에 대응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취약계층 보호와 야외작업 중지 계도 등에 나섰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
“광복절인데"···외면받는 광주백범기념관, ‘하루 17명 꼴’
13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을 방문한 원아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제81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0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에는 유치원 원아 27명이 줄지어 전시관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전시 해설을 들으며 백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업적과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백화마을의 역사를 살펴봤다. 다소 낯선 역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광복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아이들의 방문으로 잠시 활기를 띠었던 기념관은 단체관람이 끝난 뒤 다시 한산해졌다. 전국에 단 두 곳뿐인 김구 선생 전문기념관 중 하나이자 김구 선생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각별한 인연을 간직한 공간이지만, 상징성에 비해 시민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광복절뿐만 아니라 3·1절과 현충일 등 역사적 기념일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음에도 광주백범기념관의 연간 관람객은 2015년 개관 이후 한 번도 1만명을 넘지 못했다.이날 광주백범기념관 등에 따르면 기념관 관람객은 2023년 5천125명에서 2024년 7천206명, 지난해 8천530명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3천405명, 66.4% 늘었지만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관람객은 23명에 그친다.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3천599명이 방문했다. 월평균 514명, 하루 평균 17명 수준이다. 광복절이 있는 8월과 유치원·학교의 단체 해설이 집중되는 9월에 방문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연간 관람객 1만명 돌파 여부는 불투명하다.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자리한 백범김구기념관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기념관의 최근 연간 관람객은 약 15만명으로, 지난해 광주 기념관 관람객의 17.6배에 달한다. 광주 기념관 관람객은 서울의 5.7%에 불과한 셈이다.두 기념관은 김구 선생을 기리는 전문기념관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설립 배경과 운영 방식은 다르다. 서울 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묘소와 독립운동가 묘역이 있는 효창공원에 자리하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김구 선생의 후손들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2015년 10월 문을 연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학동 백화마을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백범문화재단과 당시 국가보훈처, 광주시가 총 12억4천200만원을 투입했으며, 지상 3층·연면적 488㎡ 규모로 전시실과 교육실 등을 갖췄다. 건립 이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기부채납돼 시 소유 시설이 됐으며 현재 백범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기념관은 상설 전시해설과 함께 유아와 초·중·고등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과 보드게임, 역사기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3·1절과 현충일, 광복절 등 주요 기념일 행사와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포함해 매년 10개 이상의 사업을 진행한다. 단체뿐 아니라 가족 단위 개별 관람객도 매달 달라지는 체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기념관 측은 시설을 직접 방문한 관람객 수만으로 전체 사업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체험 부스, 협력기관 행사 등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2만3천516명에 달했다. 기념관 밖에서 김구 선생의 삶과 정신을 알리는 활동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업 참여 규모는 연간 방문객 수보다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다만 외부 행사 참여 실적이 기념관의 인지도와 방문객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은 과제로 꼽힌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정기 단체관람을 확대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시설 등을 연결하는 역사 탐방 코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광복절 등 특정 기념일에 집중된 일회성 방문을 넘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홍보와 콘텐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광주백범기념관 관계자는 “개관 이후 연간 관람객이 1만명을 넘은 적은 없지만 최근 들어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해에는 기념관 방문객뿐만 아니라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행사 참여자까지 포함해 2만3천여명이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백화마을과 지역의 인연을 기억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가족 단위 방문객도 전시 해설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찾아 김구 선생의 삶과 지역에 남겨진 뜻을 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 유가족 "우리도 빠른 재개항 바란다"···무안공항 연내 정상화 '불가능'
- · “이제야 좀 살겠네”...폭염 꺾이고 열대야 사라져
- · “월급 3300만원 드립니다”···신안 시니어 의사 구하기
- · [영상] "홍어 냄새·여권 챙겨라"…전라도 비하 표현, 광주 학생들의 생각은?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