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더위에 발길 끊긴 전통시장...“사람이 안 보여요”

입력 2026.08.05. 09:17 박소영 기자
쿨링포그도 열기 못 식혀
폭염에 텅 빈 시장 통로
매출감소·전기료 ‘이중고’
시장 10곳 8곳 냉방시설 없어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4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대인시장에 손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연일 낮 기온이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쿨링포그와 선풍기도 한낮의 열기를 식히지 못하는 데다 더위에 손님들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 시장 천장에 설치된 쿨링포그가 연신 물안개를 뿜어냈지만 한낮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 내부를 조금 걷자 얼굴과 목덜미에 땀이 맺혔고 이내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상인들은 점포마다 놓인 선풍기 앞에 앉아 있거나 연신 부채질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지만 뜨겁게 달궈진 공기를 밀어내는 수준이었다.

쿨링포그 아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안개가 직접 닿는 곳에서는 잠시 열기가 가시는 듯했지만 몇 걸음만 벗어나면 금세 후텁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개방된 시장 구조 탓에 차가워진 공기가 머물지 못하고 빠져나가면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 통로가 손님 없이 텅 비어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기록적인 폭염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평소 손님들로 북적이던 시장 통로는 한산했고 간간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도 필요한 물건만 챙긴 뒤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상인들은 이마와 목덜미의 땀을 연신 훔치며 손님 없는 매대 앞을 지켰다..

이곳에서 20년째 청과가게를 운영하는 김진경(62)씨는 “오전 6~7시께 개장 준비를 시작하면서 매일 날씨 예보부터 확인한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낮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0%가량 줄었다”며 “손님은 줄었지만 냉장고와 선풍기는 종일 돌려야 해 전기료 부담만 커지고 있다.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만 도는 상황이라 폭염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간간이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점포를 천천히 둘러보기보다 필요한 물건만 서둘러 산 뒤 발길을 돌렸다. 제수용품을 사러 온 박경민(46)씨는 “집이 시장 근처라 평소에도 사과나 제수용품을 이곳에서 사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 대형마트에 갈까 고민했다”며 “그래도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어 시장에 나온 만큼 필요한 것만 얼른 사고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4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 상인들이 개인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같은 날 오후 3시께 찾은 동구 대인시장 역시 한산했다. 오가는 손님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고, 문을 연 점포보다 셔터가 내려진 점포가 훨씬 많았다. 아직 영업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시장에는 일찌감치 파장 분위기가 감돌았다.

조금이나마 더위를 식혀줄 쿨링포그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문을 연 일부 점포의 상인들은 개별적으로 마련한 선풍기에 의지해 자리를 지켰다. 간간이 손님이 지나도 더위에 지친 상인들은 호객하는 목소리조차 내지 않았고 일부 상인은 매대 위 물건을 거둬들이며 영업을 마칠 채비를 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모(72)씨는 “날이 워낙 더우니 아예 문을 열지 않고 가족들과 휴가를 떠난 점포도 많다”며 “더위 탓인지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고, 점심시간에 시장을 찾던 사람들조차 좀처럼 보이지 않으니 말 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가게에 냉방시설이 없어 선풍기 1대와 작은 손선풍기 2대를 두고 쓰고 있다”며 “전기료가 부담돼 큰 선풍기는 잘 틀지 못하고 작은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통시장은 출입구와 통로가 외부에 개방된 곳이 많아 냉방시설을 설치하더라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특히 노상형·골목형 시장은 중앙 냉방설비를 갖추기 어려워 쿨링포그와 대형 선풍기, 이동식 식냉풍기 등 보조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 갖추지 못한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냉방기기 마련부터 가동에 따른 전기료까지 모두 떠안아야 한다.

4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에서 한 상인이 뙤약볕에 과일이 상하지 않도록 차양막을 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냉방시설을 갖춘 지역 전통시장도 많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2024년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남에 등록된 전통시장 124개 가운데 냉방시설이 설치된 시장은 29개로 23.4%에 그쳤다. 광주는 25개 가운데 8개(32%), 전남은 99개 가운데 21개(21.2%)에만 냉방시설이 설치됐다. 광주·전남 전통시장 10개 중 8개가량이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민경본 광주상인연합회장은 “폭염 속에서는 시민들이 숨쉬기조차 힘들어 시장을 돌아다니기 어렵다. 냉방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냉방기기를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전기료 등 공과금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며 “쿨링포그가 설치되지 않은 시장에는 관련 시설을 마련하고 시장 입구에 냉방기를 설치해 찬바람을 공급하는 등 시장 구조에 맞는 폭염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3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