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텅 빈 시장 통로
매출감소·전기료 ‘이중고’
시장 10곳 8곳 냉방시설 없어

연일 낮 기온이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쿨링포그와 선풍기도 한낮의 열기를 식히지 못하는 데다 더위에 손님들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 시장 천장에 설치된 쿨링포그가 연신 물안개를 뿜어냈지만 한낮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 내부를 조금 걷자 얼굴과 목덜미에 땀이 맺혔고 이내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상인들은 점포마다 놓인 선풍기 앞에 앉아 있거나 연신 부채질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지만 뜨겁게 달궈진 공기를 밀어내는 수준이었다.
쿨링포그 아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안개가 직접 닿는 곳에서는 잠시 열기가 가시는 듯했지만 몇 걸음만 벗어나면 금세 후텁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개방된 시장 구조 탓에 차가워진 공기가 머물지 못하고 빠져나가면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기록적인 폭염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평소 손님들로 북적이던 시장 통로는 한산했고 간간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도 필요한 물건만 챙긴 뒤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상인들은 이마와 목덜미의 땀을 연신 훔치며 손님 없는 매대 앞을 지켰다..
이곳에서 20년째 청과가게를 운영하는 김진경(62)씨는 “오전 6~7시께 개장 준비를 시작하면서 매일 날씨 예보부터 확인한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낮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0%가량 줄었다”며 “손님은 줄었지만 냉장고와 선풍기는 종일 돌려야 해 전기료 부담만 커지고 있다.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만 도는 상황이라 폭염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간간이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점포를 천천히 둘러보기보다 필요한 물건만 서둘러 산 뒤 발길을 돌렸다. 제수용품을 사러 온 박경민(46)씨는 “집이 시장 근처라 평소에도 사과나 제수용품을 이곳에서 사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 대형마트에 갈까 고민했다”며 “그래도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어 시장에 나온 만큼 필요한 것만 얼른 사고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찾은 동구 대인시장 역시 한산했다. 오가는 손님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고, 문을 연 점포보다 셔터가 내려진 점포가 훨씬 많았다. 아직 영업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시장에는 일찌감치 파장 분위기가 감돌았다.
조금이나마 더위를 식혀줄 쿨링포그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문을 연 일부 점포의 상인들은 개별적으로 마련한 선풍기에 의지해 자리를 지켰다. 간간이 손님이 지나도 더위에 지친 상인들은 호객하는 목소리조차 내지 않았고 일부 상인은 매대 위 물건을 거둬들이며 영업을 마칠 채비를 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모(72)씨는 “날이 워낙 더우니 아예 문을 열지 않고 가족들과 휴가를 떠난 점포도 많다”며 “더위 탓인지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고, 점심시간에 시장을 찾던 사람들조차 좀처럼 보이지 않으니 말 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가게에 냉방시설이 없어 선풍기 1대와 작은 손선풍기 2대를 두고 쓰고 있다”며 “전기료가 부담돼 큰 선풍기는 잘 틀지 못하고 작은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통시장은 출입구와 통로가 외부에 개방된 곳이 많아 냉방시설을 설치하더라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특히 노상형·골목형 시장은 중앙 냉방설비를 갖추기 어려워 쿨링포그와 대형 선풍기, 이동식 식냉풍기 등 보조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 갖추지 못한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냉방기기 마련부터 가동에 따른 전기료까지 모두 떠안아야 한다.

냉방시설을 갖춘 지역 전통시장도 많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2024년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남에 등록된 전통시장 124개 가운데 냉방시설이 설치된 시장은 29개로 23.4%에 그쳤다. 광주는 25개 가운데 8개(32%), 전남은 99개 가운데 21개(21.2%)에만 냉방시설이 설치됐다. 광주·전남 전통시장 10개 중 8개가량이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민경본 광주상인연합회장은 “폭염 속에서는 시민들이 숨쉬기조차 힘들어 시장을 돌아다니기 어렵다. 냉방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냉방기기를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전기료 등 공과금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며 “쿨링포그가 설치되지 않은 시장에는 관련 시설을 마련하고 시장 입구에 냉방기를 설치해 찬바람을 공급하는 등 시장 구조에 맞는 폭염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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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데"···외면받는 광주백범기념관, ‘하루 17명 꼴’
13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을 방문한 원아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제81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0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 동구 학동 광주백범기념관에는 유치원 원아 27명이 줄지어 전시관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전시 해설을 들으며 백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 업적과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백화마을의 역사를 살펴봤다. 다소 낯선 역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광복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아이들의 방문으로 잠시 활기를 띠었던 기념관은 단체관람이 끝난 뒤 다시 한산해졌다. 전국에 단 두 곳뿐인 김구 선생 전문기념관 중 하나이자 김구 선생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각별한 인연을 간직한 공간이지만, 상징성에 비해 시민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광복절뿐만 아니라 3·1절과 현충일 등 역사적 기념일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음에도 광주백범기념관의 연간 관람객은 2015년 개관 이후 한 번도 1만명을 넘지 못했다.이날 광주백범기념관 등에 따르면 기념관 관람객은 2023년 5천125명에서 2024년 7천206명, 지난해 8천530명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3천405명, 66.4% 늘었지만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관람객은 23명에 그친다.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3천599명이 방문했다. 월평균 514명, 하루 평균 17명 수준이다. 광복절이 있는 8월과 유치원·학교의 단체 해설이 집중되는 9월에 방문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연간 관람객 1만명 돌파 여부는 불투명하다.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자리한 백범김구기념관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기념관의 최근 연간 관람객은 약 15만명으로, 지난해 광주 기념관 관람객의 17.6배에 달한다. 광주 기념관 관람객은 서울의 5.7%에 불과한 셈이다.두 기념관은 김구 선생을 기리는 전문기념관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설립 배경과 운영 방식은 다르다. 서울 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묘소와 독립운동가 묘역이 있는 효창공원에 자리하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김구 선생의 후손들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2015년 10월 문을 연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조성된 학동 백화마을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백범문화재단과 당시 국가보훈처, 광주시가 총 12억4천200만원을 투입했으며, 지상 3층·연면적 488㎡ 규모로 전시실과 교육실 등을 갖췄다. 건립 이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기부채납돼 시 소유 시설이 됐으며 현재 백범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기념관은 상설 전시해설과 함께 유아와 초·중·고등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과 보드게임, 역사기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3·1절과 현충일, 광복절 등 주요 기념일 행사와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포함해 매년 10개 이상의 사업을 진행한다. 단체뿐 아니라 가족 단위 개별 관람객도 매달 달라지는 체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기념관 측은 시설을 직접 방문한 관람객 수만으로 전체 사업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체험 부스, 협력기관 행사 등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2만3천516명에 달했다. 기념관 밖에서 김구 선생의 삶과 정신을 알리는 활동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업 참여 규모는 연간 방문객 수보다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다만 외부 행사 참여 실적이 기념관의 인지도와 방문객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은 과제로 꼽힌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정기 단체관람을 확대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시설 등을 연결하는 역사 탐방 코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광복절 등 특정 기념일에 집중된 일회성 방문을 넘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홍보와 콘텐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광주백범기념관 관계자는 “개관 이후 연간 관람객이 1만명을 넘은 적은 없지만 최근 들어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해에는 기념관 방문객뿐만 아니라 온라인 프로그램과 외부 행사 참여자까지 포함해 2만3천여명이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광주백범기념관은 김구 선생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백화마을과 지역의 인연을 기억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가족 단위 방문객도 전시 해설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찾아 김구 선생의 삶과 지역에 남겨진 뜻을 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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