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산책로 시민 발길 이어져
태풍 ‘찬홈’ 영향 동풍 유입
13일 다시 최고 35도 무더위

“오늘 30도가 넘었어요? 너무 시원해서 그렇게 높은 줄도 몰랐네요.”
연일 40도 안팎까지 치솟던 극심한 폭염이 한풀 꺾이면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민들이 모처럼 한낮 야외활동에 나섰다. 낮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웃돌았지만 밤사이 열대야가 사라지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면서 더위에 밖을 나오지 못했던 시민들의 발길이 공원과 산책로로 이어졌다.
12일 오후 2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푸른길공원. 산책로를 터널처럼 뒤덮은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서자 따가운 볕이 한결 누그러졌다.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간간이 바람이 불어오면서 최근 숨이 턱 막힐 듯했던 무더위와는 사뭇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낮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웃돌지만 시민들은 산책이나 달리기, 자전거를 타며 모처럼 한낮의 여유를 즐겼다. 지난 주까지만해도 불가능한 풍경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했고, 오가는 행인이 늘면서 공원 중간에는 포도 등 과일 상자를 길가에 늘어놓고 판매하는 노점도 자리를 잡았다.

산책을 나온 김명순(62)씨는 “지난 한달간 에어컨 없이는 못 살 정도였는데 엊그제부터는 선풍기만 틀어도 지낼 수 있었다”며 “아침에 일어날 때 살짝 쌀쌀하기도 해 지긋지긋한 더위가 끝나가긴 하는구나 싶어 반가웠다. 최근에는 너무 더워 엄두도 못내다가 오늘은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일행과 함께 걷던 김민아(21)씨는 “친구들과 동명동에서 점심을 먹으면 너무 더워 바로 카페로 가는 게 당연했는데 오늘은 그늘에 있으면 땀도 나지 않아 커피를 포장해 산책하고 있다”며 “산책로에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 입추 매직(입추가 지나면 기온이 떨어지는 현상)인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남광주의 아침 최저기온은 화순 백아면 13.6도, 보성 복내 14.4도, 순천 14.5도, 광주 동구 무등산 15.2도, 광주 남구 17.3도, 여수 22.8도 등을 기록했다. 전날 아침 최저기온 15.6~26.3도와 비교하면 곳곳에서 2도 이상 낮아졌고 평년 아침 최저기온 22.2~24.2도보다도 크게 낮았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북동쪽에 위치한 선선한 성질의 고기압 영향으로 아침 기온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열대야 현상도 사라졌다. 지난달 전남광주의 열대야일수가 16.6일로 1973년 기상관측망 확충 이후 역대 가장 많았을 정도로 밤낮없는 무더위가 이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낮에는 여전히 낮 최고기온 31~32도의 무더위가 이어졌지만 최근 극심했던 폭염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한반도 주변에 자리한 태풍과 열대저압부도 향후 더위의 변수다. 제15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강원·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비를 뿌리고 서쪽은 기온을 끌어올리겠다.

하지만 한풀 꺾인 더위는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13일 아침 최저기온은 20~23도, 낮 최고기온은 32~35도로, 광주는 낮 최고기온 34도, 곡성은 35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14일에도 아침 최저기온 22~24도, 낮 최고기온 31~34도를 보이겠다. 이날 오후께 광주와 전남 내륙 곳곳에는 5~40㎜의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북동쪽에서 선선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졌고 열대야도 나타나지 않는 등 최근 이어진 극심한 더위는 한층 누그러졌다”며 “다만 낮에는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당분간 무더위가 이어지는 만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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