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나치가 아사(餓死)형에 처할 죄수를 선정는데 한 남자가 울부짖는다.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한 죄수가 나섰다. 대신 죽겠노라고.
아우슈비츠 사랑의 순교자,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님 이야기다.
그는 1894년 폴란드 한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직조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19세에 철학박사를 23세에는 신학박사를 받고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출판 공동체 '원죄 없으신 성모의 마을'을 만들고 책을 출간했다.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하자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단'과 마을은 해체되고 그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이 수용소에서 한 유대인이 탈출했고, 나치가 해당 감방 동료 10명을 아사형에 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기적이었다.
인류애, 종교의 위대함, 종교인의 아름다움 등등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트릴 수 없는 한 인간의 위대한 이야기다.
코로나 정국에서 일부 개신교회의 반사회적 행태를 보며 종교의 자리를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먼 이야기는 아니다.
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달 개봉한 이조훈 감독의 '광주비디오-사라진 4시간'도 그런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는(감독의 의도와 관계없이) '광주비디오'(5·18)가 수많은 이들의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는데 한국 가톨릭, 명동성당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절절히 생각케 한다. 과장하자면 명동성당, 한국 가톨릭의 광주비디오 상영 '운동'이 없었다면 대중이 5·18의 진실에 다가서는 일은 훨씬 험난했을 것이다.
명동성당은 5·18이 불온시 돼던 1987년, 7주기 추모미사를 개최했다. 지하로 억눌린 5·18을 지상으로, 천상으로 끌어올린 것이고 진실의 대장정을 향한 신호탄이었다. 70, 80년대 명동성당은 민주화운동의 성소요 소도(蘇塗)였다.
광주서는 가톨릭은 물론이고 개신교단도 함께 했다. 한빛 교회, 무진교회를 중심으로 진실규명과 5·18 피해 지원, 연대활동 등이 활발히 전개됐다. 한빛교회는 5·18 직후 그 엄혹한 시절부터 추모 예배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무진교회는 5·18 부상자들과 함께하고 5·18 재단 조성에 참여하는 등 인권과 민주·평화운동의 상징공간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시대의 고비마다 억압과 탄압에 의연히 맞서 진실의 편에 서온 이들 종교의 모습은 타종교나 비종교인들에게도 많은 위로와 가르침을 준다.
최근 일부 개신교회의 반사회적 행동은 이같은 종교의 소중한 발걸음을 무색케한다.
일부 교인들은 대형 집회에 버젓이 참석한 것도 모자라 동선을 숨기거나 거짓 보고로 타인의 생명을 위협한다. 교회가 종교의 이름으로 방역지침을 어기는건 다반사다. 설상가상 지역 일부교회가 방역지침을 비난하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들은 방역지침을 교회죽이기라거나 교회발확진자 증가라는 표현을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고 호도하고 나섰다.
심지어 기자회견문 공동대표에 지역사회 원로인사들의 이름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인사들은 '그같은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 '전혀 모르는 내용, 이름을 갖다 쓴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사회적 약자, 진실의 편에 서온 종교가 일부의 행태로 더 이상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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